'형님이 아우 도와라'…관치금융 논란 속 증권사 책임론도

입력 2022-10-26 11:19  

'형님이 아우 도와라'…관치금융 논란 속 증권사 책임론도
대형 증권사들 부동산 PF 주도…증시·부동산 호황에 최대 이익
"돈 된다면 모두 몰려가"…최근 5년새 부동산PF 등 채무보증 급증
금융당국 입김에 중소형사 지원용 1조 채안펀드·ABCP 매입 방안 논의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대형 증권사들이 금융당국 입김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중소형사 지원 방안 논의에 나서게 되면서 시장에선 '관치금융' 논란이 나온다.
한편에선 지난 4∼5년 부동산 호황기에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부동산 PF를 늘리면서 시장을 주도한 책임이 있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작년에 이른바 동학개미와 영끌족의 투자 열풍 속에 증시의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이들 증권사도 역대 최대 이익을 낸 만큼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 부동산 금융을 대폭 늘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대형증권사들이 부동산PF 주도…작년 최대 이익 거둬"
금융당국이 대형 증권사의 중소형사 지원 방안 카드를 내민 건 최근 몇 년간 유동성 호황기에 대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금융을 대폭 늘려 수익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에 금융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중에 돈줄이 마르고 부동산 금융 부실 우려가 확산하고 있으니 십시일반 하라는 것이다. 증권사의 채무보증 중에는 부동산 PF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5년 새 부동산 금융을 가파르게 늘린 증권사들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26개 증권사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56조5천230억원이다.
이중 부동산PF 익스포저는 PF대출 3조1280억원과 PF채무보증 24조8620억원 등 27조9천900억원이다. 삼성증권[016360] 2조2천810억원, 미래에셋증권[006800] 1조8천170억원, NH투자증권[005940] 1조5천760억원, 키움증권[039490] 9천60억원 등이다.
26개 증권사의 PF 익스포저는 자기자본 대비 평균 39%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 삼성증권은 39%로 사별로는 격차가 벌어진다. 그러나 나머지 22개사는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 비중이 46%로 높다.
자기자본 규모 상위 10대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32조8천364억원으로 2016년 말보다 79% 불어났다.
최근 5년간 채무보증 증가폭을 보면 최대 10배 넘게 폭증한 곳도 있다.
삼성증권의 채무보증 규모는 2016년 말 2천800억원에서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작년 말 4조2천억원대로 5년간 15배로 불어났다. 신한투자증권(914%), 하나증권(535%), 키움증권(229%), 대신증권[003540](169%), 한국투자증권(80%), KB증권(43%) 등 증권사들도 채무보증 규모를 늘렸다.
이들 10대 증권사는 작년 증시와 부동산시장 호황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작년 한 해 순이익은 한국투자증권(1조4천474억원), 미래에셋증권(1조1천872억원), NH투자증권(9천315억원), 삼성증권(9천658억원), 키움증권(9천37억원) 등 대형사가 1조원 안팎에 달했다. 메리츠증권[008560](7천829억원), 대신증권(6천293억원), KB증권(5천943억원), 신한투자증권(3천208억원), 하나증권(5천66억원) 등 증권사도 5천억원 넘는 이익을 한해 거뒀다.




◇ "대형사가 중소형사 수혈하고 부실채 사줘라"…관치금융·공동책임론 부각
그러나 이는 '반짝 호황'에 그칠 전망이다. 증시와 부동산 동반 부진에 채권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증권사들은 부동산 PF에 발목을 잡힐 위험에 처했다.
증권사들은 차환 발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동산 PF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증권사들이 매입 확약을 해준 부동산 PF는 이달에만 14조9천392억원어치가 돌아온다. 메리츠증권 2조344억원, 삼성증권 1조8천434억원, 한국투자증권 1조4천412억원, KB증권 1조1천899억원, 하이투자증권 8천668억원, 하나증권 7천693억원, 현대차증권[001500] 6천442억원, BNK투자증권 5천332억원 등이다.
더구나 올해 증시 부진으로 증권사들의 올해 실적은 대폭 감소해 곳간도 넉넉하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중소형사들이 위기에 처하면 업계 전반에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을 도와준다는 게 관치금융 성격으로 보일 수 있으나 2020년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 때 대형사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위기를 막은 적도 있어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자 대형 증권사들은 파생결합증권(ELS·DLS) 발행·운용에서 막대한 손실을 내고 외환시장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이 하나로 얽혀 있어 운명 공동체와 비슷하다"며 "한배를 탄 입장이니 '십시일반'해 시장 참가자들의 안정에 기여하면 업계와 시장이 다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관치금융 행태를 비난하면서 중소형사 사정은 이해하지만,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난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도 적지 않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자기 코가 석 자인 증권사가 태반인데 중소형사 기업어음(CP)을 떠안으라는 건 위험하다"라며 "자칫 잘못하면 배임이 될 수도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도 "지원 방안의 집행 가능성에도 의구심이 든다"며 "어디 하나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없는데 얼마씩 배분하느냐, 어디는 받고 안 받고 등 기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주주나 이사회를 설득하기 어려운데 당국이 일방적으로 협회를 통해 전달하는 식"이라며 "대형 증권사에 중소형사 ABCP를 매입하라는 건 모두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라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윤선희 배영경 채새롬 송은경 홍유담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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