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인에 쏠리는 궁금증…의료계 "출혈보다 질식사에 무게"(종합)

입력 2022-10-30 18:16   수정 2022-10-31 16:53

[이태원 참사] 사인에 쏠리는 궁금증…의료계 "출혈보다 질식사에 무게"(종합)
현장 구호 의료진 "이미 질식으로 뇌손상 온 경우 많아 응급조치 한계"
응급의학계 "18년전 상주 압사 사고와 유사…통행로 확보 안돼 사고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이태원 참사로 30일 오후 현재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펼친 의료진은 대다수 사망 원인을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밤새 구조활동을 벌인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망자들의 사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홍 교수는 "대규모 인파의 압력에 의한 압사 사고여서 구조에 나섰을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술(CPR)에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해 사망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압사 사고와 같은 대규모 재난에서 가장 중요한 응급의료 지침은 회생 가능성이 심정지 상태까지 가지 않은 사람, 즉 회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우선 살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질식으로 저산소성 뇌 손상이 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응급조치의 한계가 컸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질식사 외에도 내부 장기 파열로 인한 사망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견디기 힘든 압력이 갑자기 복부 쪽에 가해지면서 내부 장기가 파열돼 과다 출혈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내부 장기 파열이 일부 있었을 수 있지만, 최종 사인으로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환자 구조를 주도했던 서울성모병원 박규남 응급의학과 교수는 질식과 장기파열이 함께 온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질식이 가장 큰 사망 원인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 교수는 "외상성 질식은 30초 정도면 의식이 없어지고, 이 상태에서 6분여가 지나면 회복할 수 없는 뇌 손상을 입지만 장기 출혈은 호흡이 이보다 더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면서 "숨을 쉬기 어려운 정도의 지속적인 압력에 의한 외상성 질식이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이에 장기파열이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최성혁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은 1989년 영국의 축구경기장에서 96명이 사망한 원인이 2021년에서야 비로소 '압박 질식사'로 최종 확인된 연구논문을 제시하며 이번 사고도 이와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최 이사장은 "호흡을 지속하려면 흉강과 복강 사이에 있는 횡경막과 호흡근 등이 압력을 지속해서 버텨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근육이 약한 사람들은 사망위험이 더 커진다"면서 "이번 참사에서 상대적으로 여성 사망자가 더 많았던 점은 장기출혈보다 질식의 영향이 더 컸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규모 재난에서는 미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경준 서울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보라매병원)는 "구조 당시 대다수에서 이미 심정지가 왔다는 것은 짓눌리는 압력으로 흉강이 팽창이 안 되면서 산소 공급이 끊겨 저산소증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번 사고가 2005년 10월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발생했던 압사 사고와 유사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골목길에서 통행로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게 사고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 당시에는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콘서트를 보기 위해 대기하던 5천여 명의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하나의 출입구에 몰리면서 11명이 숨지고, 162명이 부상했다.
송 교수는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행사에서는 여러 통행로를 미리 확보해 압사 같은 사고를 미연에 막는 게 최선"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규모 군중 행사의 안전대책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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