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수감자 동원해 갱단 조직원 묘비 부수고 무덤 철거

입력 2022-11-04 01:16  

엘살바도르, 수감자 동원해 갱단 조직원 묘비 부수고 무덤 철거
폭력조직 '흔적 지우기'…갱단 가입만 해도 중형 선고토록 법 개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미 엘살바도르가 폭력조직 흔적을 없애기 위해 갱단 무덤까지 철거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교정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부터 수감자를 동원해 전국 곳곳에 있는 공동묘지 등지에서 갱단 무덤 묘비를 부수고 망자 신원을 확인할 수 없게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커다란 망치와 쇠 지렛대를 비롯한 콘크리트·벽돌 파괴 장비를 손에 든 수감자들은 지난 1일 수도 산살바도르 인근 라리베르타드주 산타테클라의 공동묘지에서 마라 살바트루차 갱단원들의 무덤 묘비를 제거했다.
'MS-13'으로도 알려진 이 조직은 극도의 폭력으로 악명 높은 잔인한 갱단 중 하나다. 198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이민자를 중심으로 결성한 이 조직은 미국을 비롯한 북중미에서 주로 활동하며 마체테 등으로 잔혹한 살인·시신 오욕(훼손)·납치·인신매매 등 범행을 저질러 왔다. 2012년 미국 정부가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인근 콜론에서도 수감자들이 비슷한 임무를 수행했다. 이날 하루 철거된 묘비는 80여개다.
중남미 최대 전통 행사인 '망자의 날'을 맞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인 엘살바도르닷컴은 전했다. 갱단과 관련한 도심 그라피티(공공장서 낙서)도 없애고 있다.
오시리스 루나 메사 법무부 차관은 "어떤 폭력조직원도 인정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에 무덤을 없애 버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 나라에선 갱단이 발붙일 곳이 없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처는 나이브 부켈레(41) 대통령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만연한 폭력 행위 단속을 위해 지난 3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영장 없이도 갱단원을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비상사태 체제는 여당이 다수당인 국회에서 7차례 연장돼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중이다.
입법부에서는 갱단 가입만 해도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손질했다.
최근까지 5만6천여명이 갱단과 관련된 혐의로 체포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의적 체포 등에 따른 인권침해 신고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에 대해 "나라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며 비상 체제 유지 방침을 당분간 거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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