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톰 행크스 실존인물, 18년간 살았던 파리 공항서 숨져

입력 2022-11-13 08:42   수정 2022-11-13 09:18

'터미널' 톰 행크스 실존인물, 18년간 살았던 파리 공항서 숨져
난민지위 받은 후에도 터미널 생활…숨지기 몇주 전 공항으로 되돌아와
영화사에서 거액 받았지만 남긴 돈은 수백만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오갈 데 없이 국제공항 터미널에 머물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주연 영화 '터미널'에 영감을 준 인물이 18년간 살았던 프랑스 파리 공항에서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출신인 메헤란 카리미 나세리는 12일(현지시간) 낮 파리 샤를드골 공항 2F 터미널에서 자연사했다고 공항 관계자가 밝혔다.
AP통신은 그의 사인은 심장마비라고 전했다.
그가 이역만리 파리의 공항에 머물게 된 경위는 그의 말밖에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다.
나세리의 말에 따르면 1945년 이란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이란에서 왕정 반대 운동을 하다가 1970년대에 여권 없이 추방됐다.
유럽 각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다 1986년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았다.
벨기에에서 거주하던 나세리는 1988년 어머니가 사는 영국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파리에 도착했지만 기차역에서 난민 관련 서류가 든 가방을 분실했다고 한다.
용케 파리 공항 출국심사는 무사통과해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내렸지만 난민 서류가 없어 입국이 불허됐고, 다시 파리 샤를드골 공항으로 이송됐다.
프랑스 당국도 그를 추방하려 했지만 '무국적' 상태인 그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를 공항 터미널에 방치했고, 결국 그는 2006년까지 18년간 공항에서 살게 됐다.
하지만 이란은 당초 그를 추방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공항의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서 잠을 자고 직원 시설에서 샤워를 하며 생활고를 해결했다. 평소 잡지를 읽거나 사람들을 관찰하며 소일했으며 직원들이 지어준 별명 '알프레드 경'을 자신의 이름으로 썼다.
그는 1999년 프랑스로부터 난민 지위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공항에 머물기를 선택했다.
공항에서 그와 친구가 된 이들은 오랜 터미널 생활이 그에게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1990년대 공항 소속 의사는 그가 "이곳에서 화석화됐다"고 말했으며, 한 직원은 그를 '외부생활이 불가능해진 죄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할리우드의 스필버그 감독에게도 영감을 줬다.
2004년작 영화에는 실화가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톰 행크스가 연기한 주인공은 모국인 가상의 동유럽 국가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바람에 서류가 무효화 돼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면서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에 머무는 것으로 그려진다.
제작사 드림웍스는 영화화 판권으로 수십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세리는 영화사에서 받은 돈을 갖고 2006년 공항을 떠났지만, 프랑스의 보호소, 호텔 등지를 전전하다 사망 몇 주 전 공항으로 돌아왔다.
공항에서 사망한 나세리에게서는 수천유로(수백만원)가 발견됐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이날 나세리의 부고 기사에서 그가 드림웍스로부터 25만 달러(약 3억3천만원)를 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03년 기사에서 나세리가 판권과 기타 컨설팅 비용으로 27만5천달러(약 3억6천만원)를 받았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에 대해 그의 변호사가 "100만 달러보단 적다"고 했다고 전한 바 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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