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저우 코로나에 후베이성 출신 농민공들 노숙자 신세 전락

입력 2022-11-24 10:47  

中 광저우 코로나에 후베이성 출신 농민공들 노숙자 신세 전락
주거지 하이주구 봉쇄되며 집도 일자리도 잃어…귀향도 쉽지 않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코로나19 확산에 후베이성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현지에 남아있지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광저우에서는 지난 22일 신규 감염자가 7천970명 보고되는 등 최근 중국 전체 감염자 수의 3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섬유 산업 지역인 하이주구(區)에서 광저우 일일 감염자의 90%가 나오고 있는데, 이곳에 후베이성 출신 30만 명 등 농촌 출신 도시 이주 노동자 수십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앞서 이곳에서는 지난 14일 밤 봉쇄에 성난 군중이 경찰과 충돌하는 폭력적인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지난달 말부터 봉쇄된 하이주구에서는 매일 대규모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가 집단 격리 시설인 '팡창'으로 이송되고 있다.
문제는 격리 해제 후 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집이 있는 하이주구는 봉쇄돼서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SCMP는 "팡창에서 풀려났지만 갈 곳이 없는 농민공들이 짐을 끌고 다리 아래나 자신의 봉쇄된 마을 근처 강가 등에서 임시로 노숙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베이성 출신으로 광저우에서 식당을 10여 년 운영해온 슝슝 씨는 자신의 고향 주민들이 곤경에 처한 것을 보고 지난 17일부터 지원에 나섰다.
그는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농민공들이 지낼 수 있는 텐트를 세우고 음식과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그는 이번 주 비가 오면서 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약 200명의 집 잃은 농민공들이 야외에 모였다며 "누가 거리에서 헤매고 싶어하나? 그들은 갈 곳이 없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팡창에서 퇴소한 후베이성 출신 노동자들을 다시 그들이 살던 동네 입구로 싣고 와 내려놓았지만 주거지가 봉쇄돼 그들은 들어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슝씨는 자신의 식당의 전기차 충전소와 직원용 화장실을 이들이 사용할 수 있게도 했지만, 곧 식당마저 봉쇄돼버렸다.
그는 "한 관리가 '누구도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면 책임질 수 없다'면서 잠재적 전염 위험을 경고하며 식당을 문 닫게 했다"고 말했다.
슝씨와 지난 21일 밤 자원봉사자들은 당국과 협상을 통해 농민공 약 200명을 위한 임시 숙소를 하이주구의 섬유 시장 내에 마련했고, 25명의 여성과 아이가 호텔에서 기거하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길거리로 내몰린 이들을 돕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광저우 당국은 농민공들에게 아예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종용하고 있는데, 정작 고향 관리들은 귀향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
하이주구의 봉쇄로 일자리마저 잃은 다수의 농민공은 현 상황이 길어질 듯하고 내년 춘제(春節·중국의 설)가 1월로 이른 만큼 이참에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교통편도 충분하지 않고 감염 경력이 있어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후베이성 당국이 지난 19일부터 주민들의 귀향을 위해 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태부족이다.
또 팡창에서 풀려나도 건강코드가 이동 금지를 뜻하는 빨간색에서 이동이 자유로운 녹색으로 바뀌려면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그사이 이동 제한을 뜻하는 노란색 건강코드로는 호텔에도 숙박할 수가 없다.
슝씨는 "격리에서 해제된 농민공들이 기거할 임시 숙소가 부족하니 그들은 팡창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팡창에서 퇴소하지 않으니 집에서 팡창 입소를 기다리는 이들은 이송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21일 현재 광저우에는 7개의 팡창에 5만6천 개의 병상이 있다. 지난 17일 현재 하이주구에서 팡창으로 이송된 주민은 누적 9만5천300명이다.
팡창에 입소하면 음성이 나올 때까지 최소 7∼10일을 지내게 된다.
섬유 공장 노동자 리 웨이 씨는 "아내가 지난 8일 확진됐는데 팡창으로 이송되기까지 사흘이 걸렸고 밀접 접촉자인 나는 여전히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며 "주민들은 집에서 격리하면서 생필품 조달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지역 관리들의 도움을 제때 받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중국에서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처음 창궐한 후베이성 우한 인근 지역 출신인 리씨는 광저우의 현재 코로나19 대응이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후베이가 석 달간 봉쇄됐을 때를 경험했는데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광저우 당국은 계속해서 모여있지 말라고 하면서 우리더러는 귀향할 버스를 기다리며 12시간, 심지어 며칠씩 대규모로 줄을 서 있게 한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린 끝에 '오늘은 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너무나 많은 이들이 줄을 서며 붐빈다. 그들 중에는 빨간색과 녹색 건강코드가 뒤섞여 있다. 어떻게 감염이 안 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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