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풍 피해 복구 한창인 포항제철소…기적 일구는 직원들

입력 2022-11-24 11:02   수정 2022-11-24 11:53

[르포] 태풍 피해 복구 한창인 포항제철소…기적 일구는 직원들
힌남노로 침수·화재 피해 78일만에 제철소 내부 언론에 첫 공개
냉천과 가까운 2열연공장 피해 커…하루 1천300명 투입돼 구슬땀



(포항=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후배들에게 제가 그랬습니다. 야, 언제 우리 포스코가 쉽게 되는 목표를 세웠냐, 안 되는(어려운) 목표를 세우고 오직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가지 않았느냐고요."
1호 '포스코 명장'(名匠)인 손병락 상무보(포스코 포항제철소 EIC기술부)는 23일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포스코명장은 포스코 내 현장 기술인들에겐 최고의 영예로, 올해로 입사 46년 차인 손 명장은 회사 현장 기술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임원급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이날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에 따른 피해 복구가 한창인 포항제철소 내부를 사고 이후 처음으로 출입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태풍으로 침수·화재 피해가 발생한 지 78일 만이다. 다만, 제철소는 보안시설이라 사진·영상 촬영은 제한됐다.
지난 9월 6일 태풍으로 포항에 최대 50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강물 만조 시간대와 겹치면서 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해 포항제철소를 덮쳤다.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제철소는 창사 54년 만이자, 첫 쇳물 생산 49년 만에 처음으로 공장 대부분의 지역이 침수되며 쇳물 생산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손 명장은 "그날 아침은 공장 앞이 중국의 황하 같았다"며 "직원들은 물에 잠긴 수많은 설비를 보면서 발을 구르고 눈물을 흘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히 냉천과 가까운 2열연공장은 공장 전체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공장 아래 지하에 있는 유압유 공급 장치와 탱크, 변압기와 전기실까지 물이 들이차 토사를 제거하는 데에만 2주가 걸릴 정도로 피해가 컸다.
이날 찾은 2열연공장의 비좁은 계단을 내려가 유압유 공급 장치가 있는 지하 8m 지점에 들어서자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또 여전히 바닥 곳곳에 물기와 배관 여기저기에 토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손승락 포스코 포항제철소 열연부장은 "오늘도 약 1천300명의 복구 인력이 투입됐다"며 "지금은 기계나 전기 등 전문적인 정비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압연(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작업)을 위한 모터들을 분해·세척·건조한 뒤 재설치를 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포스코 소속 정비 인력들은 수십 년간 제철소를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장비를 신속히 되살리고, 어쩔 수 없이 교체가 필요한 장비·부품만 새로 구매하는 방법으로 공장 재가동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고 있다.
2열연공장의 열연기기(압연기 메인모터) 총 13대 가운데 11대가 복구를 끝냈고, 나머지 2대도 복구가 곧 완료될 예정이다.
손 부장은 "직원들이 원래 교대 근무를 하는데, 지금은 전부 상주로 전환해 복구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풍에 의한 수마가 제철소를 할퀴고 가기 전, 다행스럽게도 순차로 휴풍 조치에 들어간 3기의 고로(용광로) 또한 포스코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기적처럼 되살아났다.
태풍 피해 직후 쇳물이 굳기 전에 용광로를 살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포스코 임직원들은 밤을 지새우며 복구에 매진했다.
포스코는 휴풍 4일 만에 3고로 출선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큰 고비를 넘겼고, 이어 2고로와 4고로도 재가동시키며 한숨을 돌렸다.
이날 고로 중앙운전실에서 만난 김진보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강 담당 부소장은 "고로가 처음 가동된 1973년 이후 약 50년 동안 수백 번의 태풍이 지나갔지만, 태풍이 온다고 고로 가동 중지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결과적으로) 경영진이 고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으로, 신의 한 수가 아닌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는 고로(쇳물 생산)-전로(쇳물 정제)-연주(쇳물로 슬라브를 만드는 작업)에 해당하는 선강(제선·제강 공정을 통칭) 라인의 복구가 완료됨에 따라 지난 15일부터는 냉천 범람의 직격탄을 맞은 압연라인(열연-후판-선재-냉연-전기강판-스테인리스) 복구에 집중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16일에는 압연 라인의 배수를 끝냈다.



이로써 현재 포항제철소 18개 압연공장 중 7개 공장(1열연, 1냉연, 1선재, 2·3 후판, 2·3 전기강판)의 복구가 완료됐다.
포스코는 내달까지 2선재, 2냉연, 2열연 등 8개 공장을 추가 복구해 연내 15개 압연공장을 재가동할 계획이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포스코 본사에서 진행된 피해 복구 현황 브리핑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대로 전체 공장의 완전 재가동은 내년 1분기가 맞는다"면서도 "연말까지 모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현시점에도 24시간 복구 체계를 유지하며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고 당시 일각에서는 공장을 가득 채운 물을 빼는 데만 수개월,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잠긴 설비를 되살리기 어려워 제철소를 다시 짓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코 임직원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태풍보다 강한 땀과 열정으로 회사 창립 이래 또 다른 기적을 일구고 있다.
광양제철소와 해외법인, 퇴직한 선배들까지 포항제철소로 달려왔다. 직원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이용해 배수펌프를 가동하고, 헤어드라이어와 고추 건조기까지 공수해 물에 젖은 기판을 말렸다.
침수로 차갑게 식었던 제철소는 이런 열정에 힘입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손 명장은 "우리의 기술과 열정, 혼을 여기(복구)에 담고 있다"며 "포스코에 46년을 다녔지만, 매일매일 스스로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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