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에 중국 당국과 주민 사이 낀 수백만 방역요원

입력 2022-12-05 13:15  

'제로 코로나'에 중국 당국과 주민 사이 낀 수백만 방역요원
말단 지방관리들, 주거지 '격자 관리'하며 방역 정책 이행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최전선에는 흰색 전신 방호복을 입은 지방 관리들이 있다.
코로나19 기간 중국인들 사이에서 '다바이'(大白)로 불리는 이들은 원래 '격자 관리인', '10가구 감독관' 등으로 불리는 중국 행정 조직의 최말단 관리다.
중국은 2019년 10월 기층관리 방식으로 도시의 관리 구역을 격자(grid)로 나눈 뒤 디지털 플랫폼 등을 활용해 관리하는 '왕거화(網格化) 관리'를 도입했다.
주로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가구를 일정 단위로 묶어 감독하는 제도로, 후커우(戶口·호적)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 '격자 관리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방호복을 착용한 채 모든 감염자를 추적하고 감시했다.
수백만 명의 '다바이'가 주민들을 통제한 덕에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 등이 굴러갔지만, 사실 이들은 경찰도 아니고 권한도 거의 없어 현장에서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제로 코로나'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치면서 이런 '다바이'들이 모호한 지시를 내리는 당국과 성난 주민 사이에 끼어 책임을 뒤집어쓸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광저우 바이윈구(區)의 관리 애덤 천은 아파트 약 5개 블록을 관리하고, 쓰촨성 네이장시의 관리 제인 류는 14가구, 60명을 담당한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매일 상부에서 내려오는 엄청난 양의 지시와 요구에 대응하느라 분투하면서 성난 민심을 최전선에서 상대해야 한다. 그간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주민들이 이들 '다바이'와 몸싸움을 하거나 이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영상이 많이 올라왔다.
천씨는 "사람들은 인내심을 잃고 있고 당국에 도전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내가 그들을 감시하러 가면 욕을 퍼붓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나는 명령을 따라야 하고 통제에 실패할 경우 해고될 거라는 경고를 받는다"며 "봉쇄 시간의 작은 사고나 감염 통제 실패 등 뭐라도 잘못되면 비난 받는 건 우리들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갑자기 중국 당국이 방역 완화로 급선회하면서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류씨는 "지금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우리는 정책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그러나 긴 보고 체계와 빈번한 변화로 지휘 체계 말단에 있는 우리는 주체를 못 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간단한 요청조차 두 단계를 거친 후에야 중국 도시 행정 조직의 말단 감독 기관인 소구역 사무실에 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코로나19 방역 지시가 모호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시는 매우 모호한 말로 돼 있다. 그들은 우리가 모든 것을 관리하기를 바란다"며 "예를 들어 우리는 경제 안정과 봉쇄를 동시에 유지해야 한다. 이는 정말로 힘들다"고 말했다.
'다바이'들이 의료 처치나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을 받지 못한 것도 문제로 노출됐다. 중국에서는 봉쇄 기간 당국의 의사 결정 지연으로 사망 사고가 잇달았다.
류씨는 "지역사회 관리들은 의학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고 의학적 결정을 내릴 자격도 없다"며 "우리는 결정권자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만 있고 그저 보고 라인이 끊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뇌졸중이나 심장발작은 치명적일 수 있고 우리는 당연히 도움을 요청한다"며 "그러나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사람 같은 경우 우리는 많은 경험을 가진 이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 부교수는 "중국의 사회 통제망은 일이 잘못될 경우 일선 관리들이 책임을 지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에는 '중앙 정부는 사람들의 은인이고 성(省) 지도자들은 그들의 가족이며, 그 아래 자치정부 지도자는 좋은 친구'라는 말이 있지만, 현(縣)급으로 내려가면 관리들은 나쁜 사람이고 향(鄕)을 관리하는 간부는 사악하며 마을을 담당하는 자가 최악으로 언급된다고 설명했다.
우 부교수는 "이는 지자체장이 선출직이고 주민을 대표하는 서방과 완전히 다른 중국 행정부 권력 체계를 잘 보여준다"며 "현재 중국의 독특한 공산당-국가 시스템을 볼 때 베이징의 최고 지도자들은 절대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코로나19 통제에서 지도자들은 목표를 설정하지만, 지방 관리들은 관할 구역에 적용할 정책을 찾아내야 한다"며 "이는 관료 체계의 교활한 늙은 새들만이 통달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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