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박에 차보험료 최대 2%대까지 인하 검토

입력 2022-12-08 06:09  

정치권 압박에 차보험료 최대 2%대까지 인하 검토
'2조원대 적자' 실손보험도 10%대 인상 쉽지 않을 듯
금융당국 "고통 분담 차원서 보험사의 적정한 판단 기대"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이지헌 기자 = 정치권이 고물가에 따른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보험료 조정에 제동을 걸면서 내년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2%대까지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매년 2조원대 적자를 내는 실손보험 또한 두 자릿수 인상에 대한 정치권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의식해 10%대의 인상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등 정치권이 최근 당정 협의 등을 통해 자동차 보험료 1%대 인하 추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피력하자 손해보험사들과 금융당국이 인하 폭 확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자동차 보험료는 손해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2천만명이 가입됐을 정도로 국민의 일상과 관련돼있다. 더구나 물가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업계와 협의를 통해 상생하는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화재[000810]와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는 자동차 보험료의 1%대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롯데손해보험[000400]은 최대 2.9%, 메리츠화재[000060]는 최대 2.5%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가 손해보험업계 5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메리츠화재의 2%대 자동차 보험료 인하 추진은 대형 4개사에도 인하 폭을 2%대로 확대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중형 손보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하에 있어 대형사보다 좀 더 전향적으로 동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기본 입장은 보험사가 최대 이익이 나는 상황에서 자동차 보험료를 1%대만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80%대 수준으로 양호하니 보험료를 2%대 수준까지는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화재 등 일부 손해보험사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차량 운행량과 사고의 감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효과를 반영해 지난 4∼5월에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1.2∼1.3% 내린 바 있다.

반면, 10%대 보험료 인상을 추진해오던 실손보험은 서민 생활의 부담과 물가 상승 우려로 두 자릿수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손보험은 보험을 든 고객이 병원 치료 시 부담한 의료비의 일정 금액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으로, 가입자만 지난 3월 기준 3천977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과잉 진료 급증으로 1~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지난해 132.5%에 이어 올해는 120%대 중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적자를 낸다는 의미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2020년 2조5천억원, 지난해 2조8천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도 2조원대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8일 보험연구원이 주최하는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실손보험 손해율 현황을 공개 및 논의하며 보험료 인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예정이다.
실손보험료는 2017년 20.9% 인상된 뒤 2018년과 2019년엔 동결됐고 2019년과 2020년에는 6~7%, 지난해에는 10~12% 올랐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손해율에 반드시 비례해서 가는 건 아니다"라면서 "정치권에서 10%대 인상에 부정적이어서 두 자릿수 인상은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보험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적정하게 알아서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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