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털 속옷, 수제 위장막…러, 자국민에 우크라전 지원 독려

입력 2022-12-20 16:56  

개털 속옷, 수제 위장막…러, 자국민에 우크라전 지원 독려
러 정부, 관변단체·학교 등 중심으로 위문품 제작 선동
"사기진작·물자충당과 동시에 국내 반전여론 억압 의도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가 고전 중인 러시아군 장병을 위해 손수 만든 위문품을 보내는 운동이 러시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부족한 물자를 조금이나마 충당하는 동시에 애국심을 내세워 국내 반전 여론을 억누르려는 선전·선동 활동의 일환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친정부 성향의 주요 러시아 언론매체들은 개털로 속옷을 만들어 보낸 자원봉사자의 사례나 고령층 여성이 주축이 돼 '뜨개질 부대'가 결성됐다는 등의 소식을 앞다퉈 내보내고 있다.
학교에선 6살짜리 어린이들도 병사들을 위한 방한장구나 부적 등을 만드는 데 동원됐다고 한다. 식료품이나 위장막 등 군용물자를 만드는 자원봉사 단체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러시아 남서부 스타브로폴주(州) 프레드고르니 행정구의 수장인 니콜라이 본다렌코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 어린이들이 병사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양말 200켤레를 뜨개질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단체 중 한 곳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공군이 운용한 여성 폭격기 부대의 별명을 본뜬 '밤의 마녀들'이란 이름이 붙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은 침략전쟁이 아니라 70여 년 전 나치 독일과 싸웠던 것처럼 서방의 위협에 맞서 조국을 수호하기 위한 애국적 투쟁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WP는 얼핏 보기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서 비롯된 풀뿌리 운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정부 지원을 받는 관변단체와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이 주도해 진행되는 관 주도 캠페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세르게이 키리옌코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이 중심이 돼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를 위한 국가적 동원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키리옌코 제1부실장은 지난 10월 전국 학교장들이 참석한 포럼에선 "인민의 전쟁이 된다면 러시아는 언제나, 어떤 전쟁에서나 승리해 왔다"면서 "누군가는 전사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누군가는 생산시설에서 일함으로써 필요한 장비가 공급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러시아란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다며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러시아 정부의 메시지도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이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는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0%가 이번 전쟁에 우려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최근 볼가강 연안 도시 울리야놉스크의 80대 여성이 전 재산인 30만 루블(약 570만원)을 털어 러시아군에 소형 드론을 기증한 것은 이러한 불안이 반영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선전전과 관변단체 등을 통한 캠페인으로는 갈수록 고개를 드는 반전 여론을 뒤집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레바다 센터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상 개시에 찬성했다. 계속 싸워야 한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레바다 센터 소속 여론조사 전문가 데니스 볼코프는 "강경 주전파 집단의 비율도 15∼20% 수준으로 이전보다 줄었다"면서 "이들은 더 단호하게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나이가 많아 전쟁에 나갈 수 없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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