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300일…젤렌스키·푸틴 뒤바뀐 처지

입력 2022-12-21 12:03   수정 2022-12-21 18:00

우크라이나 전쟁 300일…젤렌스키·푸틴 뒤바뀐 처지
천덕꾸러기서 전쟁영웅된 젤렌스키…푸틴은 '국제왕따' 전락
개전 300일 미국 가는 젤렌스키, 러시아는 中·이란과 밀착해 활로 모색
겨울 휴전론 고개 속 장기화 여부 기로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올해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선언했을 때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했다.
서방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친서방 정권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이라는 무리수로 러시아의 '역린'을 건드렸다며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마저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정치인과 부호들이 무더기로 탈출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우려한 서방이 개인화기 이상의 무기 제공을 거부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놓인 듯 했다.
전쟁을 막겠다며 위기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러시아 영향권에 재편입하는 '핀란드화'(Finlandization)를 대안으로 제시했던 건 당시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로부터 300일이 지난 20일(현지시간) 현재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처지는 180도 뒤바뀐 모양새다.
핵 위협 카드를 들이대며 연일 서방을 겁박하던 푸틴 대통령은 부실 그 자체인 러시아군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체면을 구겼다. 반면,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국을 구한 세계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개전후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것이란 미 정보기관의 분석과 달리 러시아군은 보급선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무작정 진격하다가 큰 손실을 입고 패퇴했다.
특히, 키이우 근교 도시인 부차 등지에서 민간인 수백명을 고문하고 강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태껏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던 국가들이 대거 러시아에 등을 돌렸다.
결국 러시아는 올해 4월 사상 두번째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퇴출되는 굴욕을 당했다.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은 서방 각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확대하는 명분이 되기도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서 병력을 재편한 뒤 돈바스 전 지역의 완전 해방으로 전쟁 목표를 재설정했다.
9월에는 주민투표를 거쳐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에 편입시키는 성과를 내는듯 했지만, 이 과정에서 심각한 병력손실을 겪었고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했다.
10월 12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점령지 불법병합을 규탄하는 결의가 채택되는데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당사국인 러시아를 제외하면 북한, 벨라루스, 니카라과, 시리아 등 4개국에 불과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영토 수호'를 명분으로 핵무기 사용을 거듭 거론하며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차단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든든한 우방으로 여겼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마저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역효과만 낸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10월 중순부터는 우크라이나 곳곳의 전력 기간시설을 파괴해 열과 빛, 수도를 끊음으로써 겨울 추위를 무기화하는 전략을 동원하고 있으나, 민간인을 겨냥한 전쟁범죄라는 국제적 비판이 더욱 고조되는 결과만 낳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개전 직후 미국의 국외도피 제안을 거부하며 "내겐 (도피용) 탈 것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고 일갈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갖는 위상은 이와 정반대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전선에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푸틴 대통령과 달리 풍전등화 상황에서 저항을 진두지휘한 그는 포탄이 오가는 격전지를 수차례 직접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하며 고락을 함께 했다.
초반 수세를 극복한 우크라이나군은 결국 서방의 무기지원에 힘입어 러시아군을 연파하고, 최근에는 러시아에 일시 병합됐던 헤르손을 되찾은데 이어 2014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마저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 이번 전쟁의 최격전지로 꼽히는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깜짝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에는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면담하고 미 의회에서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는 개전 후 처음으로 외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만큼 전황이 안정되고 국내적 입지가 탄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요 외신은 이번 방문이 전쟁이 장기화되며 휴전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전면철수와 크림반도 반환 등을 평화협상의 조건으로 내거는 등 입장차가 큰 상황이어서 단시일 내에 타협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는 반미(反美)를 공통분모로 가진 중국, 이란 등과 밀착해 국제적 고립을 타개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 해군은 9월 초 다국적 군사훈련인 '보스토크(동방)-2022' 기간 동해에서 대잠·대공·대함 방어 훈련을 벌인데 이어 이달 21일부터 일주일간 동중국해에서 재차 합동훈련에 들어갈 계획이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영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300대 이상의 자폭 드론을 제공한 데 대한 대가로 러시아가 이란에 첨단 군사 부품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양국간 군사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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