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직격탄 이집트, 서민 먹거리마저 가격부담"

입력 2022-12-27 16:27  

"우크라戰 직격탄 이집트, 서민 먹거리마저 가격부담"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이집트 서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의 영향으로 곡물값이 치솟는 통에 가장 대중적인 전통음식조차 제대로 먹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에서 가장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인 코샤리는 파스타와 쌀, 콩, 구운 양파, 매운 토마토소스 등을 섞어 만든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풍부해 포만감을 준다.
그런데 최근 경제 위기가 심화하며 일부 식당에서 코샤리에 들어가는 각종 식료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의 지난 10월 식음료 물가는 전년동기대비 30.9% 뛰었고, 이같은 인플레이션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 등 취약계층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산업 부문이 큰 타격을 입은 이집트는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에서 이제 막 회복하려는 찰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집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석유와 밀 등 생필품 수입량의 대부분을 의존해왔으나, 전쟁 발발 이후 이들 두 국가의 해당 품목 수출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가격이 급상승한 상황이다.
또 전쟁 발발 몇 주 만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수십만 달러를 빼가는가 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광객 감소로 인한 여행수지 악화와 환율 상승으로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연초 달러당 15.6 이집트파운드 수준이었던 공식 환율은 현재 24.7 이집트파운드까지 올랐다. 은행들은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달러화 인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집트인들은 외식비를 줄이고 결혼식을 미루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집트의 유명 식당 '아부 타렉'은 코샤리 한 접시 용량을 줄이며 예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점점 매출이 줄고 있다.
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세프 자키는 "전에는 큰 접시로 코샤리를 주문하던 손님이 지금은 작은 접시로 먹고, 하루 세 번 먹던 이가 한 번이나 두 번만 먹는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정치경제학자 와엘 가말은 "경제 위기의 원인을 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지난 수년간 외부 자금으로 무리하게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 경제를 취약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13년 쿠데타 이후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인프라 확충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 이런 사업들을 많이 벌인 탓에 국제통화기금(IMF)에까지 손을 벌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가말은 "IMF로부터 매번 돈을 빌릴 때마다 이집트 경제는 더 나빠졌다"며 "돈을 빌려 빚을 갚는 식"이라고 한탄했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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