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 고난·분열' 인정한 시진핑…리더십 변화 vs 미봉책?

입력 2023-01-03 15:19  

'중국 인민 고난·분열' 인정한 시진핑…리더십 변화 vs 미봉책?
민심 이반 가시화 속 마침내 입 연 시진핑, 이례적 '현실 인정'
소통 리더십으로 변화 기대 있으나 현실 타개 미봉책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금의 '중국 내 분열'을 사실상 인정해 그 배경에 관심에 쏠린다.
작년 11월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공산당·시진핑 퇴진 주장으로 이어졌고 12월 초 위드 코로나 급전환으로 혼란이 가중돼 민심 이반이 가시화하는 속에서도 입을 다물어왔던 시 주석이 낮은 수준이지만 신년사에서 현실 인정을 한 것이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구체적인 거론을 피하면서도 14억 인민이 일부 문제에 대해 다른 우려와 견해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소통과 협의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언급은 최근 몇 개월 새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발, 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19 감염 급속 확산에 따른 불만, 경기 침체로 인한 민심 이반 현상을 모두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시 주석으로선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초래된 중국 내의 반(反) 공산당·시진핑 정서가 뼈아픈 대목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국민의 고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명을 최우선시"했으나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 전제하면서, 중국 국민이 "전례 없는 어려움과 도전을 이겨냈으며 이제 힘든 도전이 남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의 이런 신년사는 같은 날 관영 언론 매체에 12월에도 중국의 경제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 발표에 이어 나와 눈길을 끌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계기로 중국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단에서 리커창 총리 등 견제 세력을 모두 제거하고서 사실상 '절대권력'으로 등극한 시 주석이 중국의 분열상을 인정하고 중국 국민의 고난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우선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지도력에 흠결이 있음을 인정한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실책과 과오 인정으로도 비칠 수 있다.

사실 2019년 말 중국에서 '우한 폐렴'이 발생하고서 세계적 팬데믹이 3년째 지속돼온 가운데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철권통치'를 정당화해온 시 주석은 지난달 갑작스럽게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정당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거슬러보면 2020년 1월 '우한 폐렴=악마'라고 언급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시작을 알린 시 주석은 철통 봉쇄의 효과인 낮은 감염률과 사망률로 집권 연장과 대미 우월성 확보라는 정치적 이득을 챙겼으나, 중국 국민은 말 그대로 희생양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지난달 사실상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정당성을 부정하면서 위드 코로나로의 급전환해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한 것은 시 주석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7일 중국 국무원이 기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바탕으로 한 방역 완화 10개 조치를 발표했고, 그걸 기점으로 사실상 준비 없는 위드 코로나가 진행돼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관련 의약품 대란까지 초래됐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세계적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각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외부 변수, 그리고 부동산 시장 위기 장기화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라는 내부 변수가 14억 중국 인민을 궁지로 몰았다.
결국, 시 주석의 무리한 코로나19 대응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고, 시 주석도 이를 피해 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리더십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실책을 거울삼아 소통형 리더십으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26∼27일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민주생활회의에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견지해야 한다"며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통일영도를 강조한 바 있다.
집중통일영도는 당내 핵심 지위에 있는 시 주석으로의 결정권 집중을 의미하는 말로, 절대권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표현이다.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도 지난 1일 제20차 당대회 때 시 주석의 연설 전문을 공개하고 중국 인민에게 절대 충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시 주석의 신년사 언급이 작금에 처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미봉책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시 주석이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국민의 고난과 분열상을 언급했으나, 직접적인 사과 발언을 하지 않은 채 위드 코로나를 유지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전력투구함으로써 중국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중국 내에서 이젠 코로나19 두려움보다 '경제 추락'에 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2022년 1∼3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에 불과했고, 아직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4분기 실적 역시 신통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추세라면 올해 경제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은 올해 경제 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라고 연일 독려하고 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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