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창업은 바로 제 얘기죠"

입력 2023-01-14 07:03  

[스타트업 발언대] "창업은 바로 제 얘기죠"
고시원 생활 경험 살려 중개 플랫폼 만든 박영은 고수플러스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돈 내고 공간을 빌려 쓰는 국내 주거시설 유형 가운데 가장 저렴한 축에 드는 것이 고시원(考試院)이다.
불황기일수록 수요가 많아진다는 고시원은 사법시험이나 공무원 임용시험을 보려는 사람들이 홀로 숙식하면서 공부하는 곳을 일컫는 말이었다. 온갖 학원이 몰려 있던 서울 노량진 일대는 고시원의 성지로 불렸다.
그러나 고시원의 주된 이용자가 도심 지역에서 저비용으로 살고 싶어하는 사회 초년생이나 직주(職住) 근접을 원하는 직장인 위주로 바뀌는 흐름이다.
2020년 8월 설립된 고수플러스는 고시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 구독 플랫폼(앱)인 '독립생활'을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고시원 수익을 플러스(+)한다'라는 뜻을 담은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실(空室) 없는 고시원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박영은(38) 고수플러스 대표는 "1인 가구 증가로 비주택 거주 인구도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비주택 주거시설의 대부분은 고시원"이라며 자신의 고시원 생활 경험을 토대로 단기 거주 공간을 찾는 사람과 고시원 운영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를 지난 9일 서울창업허브공덕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입실 계약까지 한 번에' 고시원 생활공간 구독 서비스
독립생활은 1인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는 고시원 주거 공간을 월 단위로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고시원 운영주를 제휴 파트너로 모아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의 고시원을 선택해 쉽고 편리하게 구독(이용)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게 핵심 사업이다.
3차원 확장현실(3D XR) 콘텐츠 등을 활용해 방 찾기부터 둘러보기, 입실 계약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원스톱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박 대표에 따르면 원룸과 다르게 비주택으로 분류되는 고시원은 전국적으로 1만1천500여 곳에 달한다. 한 곳당 평균 30실 정도를 갖추었다고 하니 고시원 시설로 분류되는 방은 전국적으로 30만 실을 훌쩍 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집값이 비싼 지역에 자리 잡는 고시원 특성상 서울과 수도권에 80%가 밀집해 있다.
이 가운데 작년 6월 서비스가 본격 시작된 독립생활 앱에 들어온 고시원은 현재 300여 곳, 방 개수로는 9천여 실이다. 이 앱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은 4만 명 수준이다.
고수플러스는 약 9만 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 고시원 온라인 커뮤니티 '아이러브고시원'도 운영한다.
박 대표는 제휴 고시원 목표치를 전체 고시원의 80%로 잡고 있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 디지털 혁신의 음지였던 고시원 중개 시장
연(年) 단위 전세나 월세 물건으로 나오는 아파트, 단독주택, 오피스텔이나 원룸 중개 시장에선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플랫폼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원룸보다도 아랫단에 있는 주거 시설인 고시원 입실 중개 시장은 여전히 디지털 혁신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은 음지에 머물러 있었다.
거래는 빈번하지만 중개 보수가 매우 적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시원 사업주가 온·오프라인 광고를 내어 입실자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온라인 중개 방식의 플랫폼이 등장하긴 했지만 매물을 소개하는 배너 광고 위주이고, 방 찾기에서 계약까지 전 과정이 원스톱 서비스로 이뤄지는 구조로 진화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박 대표가 그 틈새를 메울 사업 아이템으로 내놓은 것이 고시원 주거 구독 서비스다.
"고시원은 중개 관점으로 다가가면 시장성이 없다고 봐요. 우리는 고시원 원장님을 대신해 공간을 판매하는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박 대표는 시설 운영자에게만 판매 대행 수수료를 받는 이 서비스로 늘어나는 1인가구의 주거 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거래액 1억원을 돌파하고 6개월 만에 2억원을 넘기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자주 재구매가 일어나는 시장이라 가능한 성과라고 봅니다."
박 대표는 올해 거래액 100억원에 10억원 이상의 매출(수수료 수입 등) 목표를 잡고 있다.



◇ '한국형 에어비앤비' 평 듣기도
독립생활 주거 구독 서비스의 특징은 입실자가 앱에서 월 단위로 입실 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낸다는 점이다.
계약 만료 1주일 전에 인앱 방식으로 다시 결제해 계약 기간을 한 달씩 연장할 수 있다.
계약 주체가 독립생활이어서 계약을 둘러싼 책임을 고시원이 아닌 독립생활이 맡는 구조다.
이런 방식이 고시원 중개 시장에선 처음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이를 통해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시원은 입실원서 한 장 쓰는 것이 계약의 전부예요. 거기에 전화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다르게 써도 허위 사실을 검증할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독립생활을 이용하면 휴대폰으로 패스 본인 인증을 마친 사람만 입실할 수 있기 때문에 신원 인증이 명확하게 됩니다."
그는 입실료를 인앱 방식으로 자동 결제하는 시스템이 고시원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입실료 체납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독립생활은 입실료의 10%를 나중에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적립해 11번째 계약 때 한 달 입실료를 면제하는 "10+1"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박 대표는 이를 근거로 독립생활을 이용하면 이곳저곳의 고시원에서 편리하게 2~3개월씩 살아보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월평균 40만원 수준인 고시원 주거비를 어느 정도 절약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에 주 사무실을 둔 고수플러스는 재작년 12월 경기도일자리재단 주최의 스타트업 투자유치 관련 행사에서 독립생활 플랫폼을 앞세워 14개 참가 기업 가운데 대상을 수상했다.
월 단위 주거 형태인 고시원에 IT를 접목해 공실 검색, 계약, 결제 등에서 이용자의 편리성을 높인 혁신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당시 심사위원들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공감해 준 것 같다면서 한국형 에어비앤비가 될 수 있겠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독립생활은 현실의 부동산 공간을 디지털 세상에 옮겨 놓는 방식의 확장현실(XR) 콘텐츠를 제작해 고시원 입실 희망자가 현장에 가서 보는 것처럼 시설 구석구석을 하루 24시간 살필 수 있는 3D(3차원) 룸 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 대표는 XR 콘텐츠가 비대면 입실 계약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며 고시원 운영자 입장에선 룸 투어 등 고객 응대에 쏟는 노력의 70% 정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제휴 고시원 시설을 XR 콘텐츠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수납공간은 물론 배수 상황까지 생생히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제작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현 팀원의 두 배 올해 채용 계획
박 대표의 창업은 생생한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구 출신으로 대전보건대 안경광학과를 나온 박 대표는 창업 전에 15년가량 안경사로 일했다.
대학을 마치고 취업과 동시에 상경한 그가 주거지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보증금으로 쓸 목돈이 없어 친척 집이나 고시원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독립적인 성격이 강한 탓에 친척 집보다는 고시원에서 주로 생활했다.
"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서울 강남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직주근접의 편의를 절감했어요. 출퇴근 때 가득 찬 광역버스나 지하철 타는 게 고통스러웠는데, 직장 근처 어디에나 고시원이 있는 것을 알고 이용하기 시작했죠."
박 대표는 지금도 일부러 고시원을 이용하고 있다.
고시원 사업주와 이용자들을 현장에서 접촉하면서 의견을 듣고 플랫폼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경기도 하남시와 서울창업허브 공덕 등 두 곳에 사무실을 둔 고수플러스는 마케팅, 디자인, 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팀원 12명이 호흡을 맞춰 뛰고 있다.
박 대표는 주거 고민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에 공감하는 친구들이 팀원으로 일하고 있다며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어 현 인원의 두 배인 20명 정도를 올해 더 채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수플러스는 늘어나는 인력을 활용해 고시원 운영자와 이용자를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기존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고시원 위탁 운영, 무인운영 솔루션 제공 등의 분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1인가구 증가로 고시원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고시원 운영자와 이용자가 함께 효익을 보는 플랫폼으로 독립생활을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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