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감춘 중국 '늑대 전사' 외교관들, 그 까닭은?

입력 2023-01-27 10:58  

발톱 감춘 중국 '늑대 전사' 외교관들, 그 까닭은?
美제재로 고립 심화탓…시진핑 "사랑스러운 이미지 전달하라"
핵심이익 대만·남중국해 관련 "입장 표명 주저하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최근 중국의 외교가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외교가 그동안 사사건건 공격적인 스타일로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로 불렸으나, 최근 몇 개월 새 태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랑 외교는 람보 스타일의 중국 액션 영화인 '특수부대 전랑'에서 유래된 말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숨긴 채 실력을 키움)에서 벗어나 자국 비판에 전투적으로 맞대응하는 중국 외교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랬던 중국이 이젠 거친 수사를 누그러뜨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전했다.

이런 변화는 5년 주기의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작년 10월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진행된 외교 라인 재편 이후 두드러져 보인다.
우선 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으로 발탁돼 중국 외교의 실무 사령탑에 오른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왕이 주임은 '오만방자한' 언행으로 전랑 외교의 원조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근래 언론 노출이 뜸해졌다.
왕 주임은 지난 1일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 2023년 1호에 '민족의 부흥에 뜻을 두고 인류 운명을 가슴에 품으며 중국 특색 대국 외교의 새로운 여정을 위해 용감하게 나아가자'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고선 두문불출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가 해당 글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능동적이고 유리한 외부 환경을 조성하자"고 호소한 점이다. 이는 전랑 외교 레토릭과는 거리가 멀다.
전랑 외교의 상징 인물로 통해온 친강 외교부장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두 차례 외교부 대변인을 거쳐 주미 대사 재임 중에 발탁된 친 외교부장은 문제나 갈등을 풀기보다는 더 선명하게 주장하고 관철하는 인물로 통했다.
실제 그는 주미 대사 시절인 작년 1월 28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당국이 미국의 힘을 업고 독립으로의 길을 계속 가면 중국과 미국 두 강대국이 군사적 충돌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이달 초 외교부장 취임 이후 유화적 인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보인다.
그는 트위터에 중문과 영문으로 띄운 주미대사 이임 글에서 "중미 간 소통의 다리가 되려고 노력했으며 양국 공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힘썼다"며 "미국 국민의 지지와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썼다.
친 부장은 미국프로농구(NBA) 경기장에서 춘제(春節·설)를 축하하는 화상 메시지를 보내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아울러 '독설'의 대명사로 알려진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을 지난 9일 외교부 내의 한직이라고 할 수 있는 국경·해양사무사 부사장으로 발령냈다.

SCMP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강력히 비난했던 중국이 이젠 어느 쪽도 거론하지 않은 채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자는 식으로 태도를 바꿨다고 전했다.
중국이 베트남·필리핀 등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비껴가면서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1년여 전부터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사랑스러운' 중국의 이미지를 전달하라는 지침을 전달함으로써 전랑 외교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미국의 압박과 제재로 중국이 갈수록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절박감이 중국을 전랑 외교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해 보인다.
특히 3년 가까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인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날 선 대립보다는 유화책을 통한 실리 추구가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런데도 중국은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선 단호한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SCMP는 짚었다.
신문은 남중국해에서의 석유 채굴과 어업권 등과 관련해 중국은 자국의 입장을 후퇴시킬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위협을 지속해온 중국은 앞으로도 무력 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SCMP는 여기에 지난달 초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 이후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중국인의 입국 제한을 했는데도, 중국이 유독 한국·일본만을 겨냥해 자국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한 점도 지적했다.
이로 볼 때 외견상 전랑 외교 탈피 노력 중인 중국이 선택적으로 전랑 외교를 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SCMP는 "중국이 외교적인 수사를 누그러뜨리더라도 자국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주장에 대해 자국 입장을 표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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