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2년 보낸 미얀마인들…"'봄의 혁명'은 반드시 온다"

입력 2023-01-29 15:00  

암흑의 2년 보낸 미얀마인들…"'봄의 혁명'은 반드시 온다"
군부 폭력·물가 급등·정전에 고통…"반드시 승리할 것"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하루하루 국민들의 저항이 커지고 있으므로 결국엔 우리가 군부를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2021년 쿠데타 이후 군부의 폭정 속에서도 미얀마인들은 '봄의 혁명'을 기다리며 버텨왔다. 군정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선 저항의 불길은 꺼지지 않고 있다.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서민들에서부터 무기를 들고 전장에 뛰어든 이들까지 다양한 미얀마인들에게 지난 2년의 세월과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쌀값 2배·석유 3배 올라"…빈곤층 전락한 서민들
반대 세력에 대한 군정의 유혈 진압, 치솟은 물가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정전으로 미얀마 시민들의 삶은 암흑에 빠졌다.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 양곤의 양킨 타운십(구)에 사는 유 웨이(가명·48)는 "쿠데타 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불편한 점은 치솟은 물가"라며 "주식인 쌀값이 2배로 올랐고, 석유류는 3배가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양곤의 한 청년은 "2년 전과 비교해 가장 불편한 것은 자정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의 통행금지"라며 "심지어 고속버스도 그 시간에는 운행을 멈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양곤 노스다곤 타운십(구)에서 생맥주 바를 운영하는 네이민 와(가명·48)는 "쿠데타 전에는 주말 늦게까지 손님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정을 넘기면 군인들이 총 들고 들이닥쳐 행패 부리고 돈까지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양곤에서는 오후 10시만 돼도 총을 들고 순찰하는 군용차량 외에는 택시도 찾기 힘들어 이동이 불가능하다.
전력난은 시민들의 삶을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킨 죠(가명·36)는 "쿠데타 전에도 건기에 순환 정전은 불가피했지만, 과거 문민정부는 군정과는 다르게 미리 약속한 시각은 철저하게 지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시도 때도 없는 정전으로 가전제품이 성하지 않고 냉장고는 아예 꺼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정 체제에서 교육이 붕괴된 것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된다.
두 자녀를 둔 학부모는 "공교육이 무너졌다"며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해 학교를 떠난 교사들이 많다. 현재 교사들은 대부분 실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공교육을 거부하거나 낮에 학교에 가더라도 밤에는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가 만든 인터넷 교육 프로그램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 "저항군 참여 후회 없다…'가짜 선거' 인정 못 해"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군부에 맞선 저항군으로 활동하는 미얀마인들은 "후회는 없다"며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양곤에서 시민방위군(PDF)으로 활동하는 쏘 르윈(가명·20)은 "대학은 나중에라도 갈 수 있지만 당장 더 시급한 일을 먼저 해야 해서 이 길을 택했다"며 "후회는 없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수험생이었던 그는 쿠데타가 발생하자 스스로 카렌민족연합(KNU) 군사훈련 캠프에 입소, 6개월간 혹독한 군사훈련을 받았다.
미얀마 중동부 지역 카야주 로이코에 있는 저항 세력을 위한 의료캠프에서 일한다는 아웅 묘(가명·30)는 "쿠데타 당시 양곤국립종합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었는데 전문의 시험을 포기하고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했다"며 "군부의 추적을 피해 여기까지 왔지만 후회는 없다. 미얀마 '봄의 혁명'은 기필코 성공한다"고 말했다.

미얀마인들은 군정이 계획 중인 선거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아웅 묘는 "나라 절반 이상이 전쟁터인 상황에 선거라니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한국 유학 경험이 있다는 쏘 마웅(가명·30)은 "2020년 민주적으로 치러진 총선거를 부정하는 군부가 강행하는 이번 총선거는 가짜 선거"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얀마 중북부 사가잉 지역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며 "미얀마군의 공습이 시작되면 산으로 피신해야 한다"고 전했다.
양곤의 한 청년은 "군정이 이기도록 구조를 만들어 놓고 국제사회의 인증을 받으려는 거짓 선거는 당연히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군부 세력은 다음달 1일 군부 쿠데타 2년을 맞아 침묵시위를 준비 중이라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전했다.
군정은 일당 2만 짯(약 9천500원)에 쿠데타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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