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체포하다 사람 죽인 美 경찰…"훈련 부족·위험환경이 원인"

입력 2023-01-30 02:04   수정 2023-01-30 11:39

또 체포하다 사람 죽인 美 경찰…"훈련 부족·위험환경이 원인"
외국은 수년, 미국은 평균 20주 훈련…1만8천여개 경찰마다 방식도 달라
위기관리·소통 소홀히 하고 사격·전술에 집중…체포 권한 과도 지적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에서 또 경찰이 시민을 체포하는 과정에 폭력을 행사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경찰은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대대적인 개혁을 약속했지만 지난 7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20대 흑인 남성 타이어 니컬스가 경찰의 집단 구타로 숨지는 등 경찰 손에 희생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2022년 미국에서 경찰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1천186명으로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흑인은 미국 인구의 13%에 불과하지만 경찰 폭력 사망자의 26%를 차지했다.
일부 전문가는 경찰의 이런 문제가 훈련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ABC방송에 따르면 치안 정책을 연구하는 시민단체 경찰행정연구포럼(PERF)은 작년 1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내 1만8천개가 넘는 경찰서에서 제공하는 훈련이 너무 구식이고 짧다고 지적했다.
각 시(市)와 군(郡) 등 지역 단위는 물론이며 고속도로 순찰대 등 경찰마다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자체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업무 절차를 가지고 있어 일관성이 떨어진다.
세계 여러 국가가 경찰 훈련에 수개월 내지 수년을 할애하지만, 미국은 수주에 불과하다.
2018년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주(州)와 지역 정부의 경찰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경찰 기본훈련 기간은 833시간으로 22주가 안 됐다.
최근 PERF 조사에서도 경찰 기본훈련 시간은 평균 20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에서는 훈련 기간이 15∼21개월이다. 독일은 교육과정이 2년 반, 핀란드는 3년이다.



미국의 여러 경찰학교가 군대의 신병 훈련소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도 문제다.
PERF의 척 웩슬러 사무국장은 "명령을 고함지르며 지휘하는 군사 방식의 사고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접근하는 비판적 사고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찰학교의 훈련은 사격 등 무기 사용과 방어 전술을 강조하고 소통과 위기관리 같은 연성(soft) 기술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연성 기술이 경찰과 시민을 모두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2020년 신시내티대 연구에서 켄터키주 루이빌시의 경찰이 위기관리와 비판적 사고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받은 이후 공권력 남용 사건과 경찰 및 시민의 부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찰은 사소한 범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도 체포하는 등 과도한 권한을 갖고 있다 보니 주민과 불필요하게 자주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17년 이래 거의 600명이 경찰의 차량 검문 과정에서 숨졌다.
다만 훈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미국에서 경찰은 다른 나라와 달리 총기와 마약 사용이 횡행하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더 손쉽게 총기 등 무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미국 여러 지역에서 경찰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위험하고 업무 시간이 길지만, 급여가 충분치 않아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훈련을 확대하는 것은 큰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신임 경찰 배치가 늦어지는 단점이 있어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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