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이재용, '민간 외교관' 역할 분주…과제도 산적

입력 2023-02-02 06:31  

취임 100일 맞은 이재용, '민간 외교관' 역할 분주…과제도 산적
UAE·다보스 등서 글로벌 인맥 빛 발해…방한 인사 '면담 1순위'
수평 문화 확산에 인재 영입 활발…'어닝쇼크' 실적 개선·M&A 등은 과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취임한 지 오는 3일로 100일이 된다.
그동안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경영 행보에 주력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수행하는 동시에 협력사와 임직원을 챙기며 '상생 경영'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실적이 작년 4분기 97% 급감한 데 이어 올해 적자 전망까지 나오는 등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글로벌 경영 행보 가속
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작년 말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은 데 이어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UAE·스위스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또다시 UAE를 찾았다.
앞선 출장에서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며 임직원에게 과감한 도전을 주문했던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현장 방문 등에 동행하며 UAE로부터 300억달러(한화 약 37조2천600억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국내에 '만수르'로 널리 알려진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나란히 앉아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도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빛을 발했다.
이 기간 열린 윤 대통령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오찬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인텔과 퀄컴 등의 CEO를 직접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를 소개하면서 어깨를 툭 친 것은 이 회장의 글로벌 인맥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도 연회장을 누비며 글로벌 정·재계 리더들에게 한국의 엑스포 유치 의지를 알렸다. 취재진에 격의 없이 다가가 "내 사진을 찍는데 카메라가 다 캐논만 있다"며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한국을 찾은 글로벌 인사들의 '면담 1순위'도 이 회장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11월 '40조 투자 보따리'를 들고 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동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CEO, 올리버 집세 BMW CEO 등과의 만남도 이어졌다.

◇ 임직원 선물 챙기고 수평 문화 확산…인재 영입도 활발
연초 외부 일정 소화에 바빴던 이 회장은 지난 1일 삼성화재[000810] 대전 연수원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고 격의 없는 소통의 자리를 가졌다.
재계 관계자는 "전자 계열사 외에 금융 계열사까지 챙기며 회장으로서 리더십을 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설 연휴를 맞아 최근 출산한 여성 임직원 64명에게 삼성전자의 최신형 공기청정기를 선물했고, 다문화 가정을 이룬 외국인 직원 가족 180명에게도 에버랜드 연간 이용권과 기프트카드를 선물했다.
작년 말 UAE 출장에서는 오랜 기간 현지에 체류하며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임직원이 많은 사업장인 점을 고려해 현지 MZ세대 직원과 간담회를 하고 이들의 바람 등을 경청했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그동안 직원 간에만 적용했던 '수평 호칭'의 범위를 경영진과 임원을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는 뜻에 따라 회장 후 첫 현장 방문 일정으로 28년간 삼성전자와 거래해 온 광주의 협력사를 찾는 등 '미래 동행'도 강조하고 있다.
'세상에 없는 기술' 확보를 강조하는 가운데 인재 영입도 활발하다.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경쟁사인 스웨덴 통신장비 회사 에릭슨 출신 임원 2명을 영입하고 네트워크사업부 산하에 신사업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강신봉 전 요기요 CEO는 온라인 세일즈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인텔 등에서도 인재를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 '초격차' 메모리 실적 부진 충격…M&A 등 '책임 경영' 과제 산적
공교롭게도 '이재용 시대'가 열린 전후로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이기는 하지만 작년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97% 급감하며 겨우 적자를 면했다.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 전망도 나온다.

가전도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스마트폰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 회장이 취임 소회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한 것에서도 이 같은 위기감이 드러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작년 3분기 세계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가 56.1%로 압도적 1위이며 삼성전자는 15.5%로 2위에 머물고 있다. 스마트폰도 애플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M&A)은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천억원에 인수한 이후 멈춘 상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 회장이 취임한 만큼 조만간 대형 M&A 소식을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인수합병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며 "보안 문제로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실제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등기이사 등재 자체가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상징하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이미 사실상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있어 굳이 등기이사에 오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고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점도 변수"라고 말했다.
이밖에 지배구조 개편과 새 노사관계 정립 등도 이 회장의 과제로 꼽힌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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