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혐의 펠 추기경 장례식에 조문객·시위대 몰려

입력 2023-02-02 16:52  

아동 성범죄 혐의 펠 추기경 장례식에 조문객·시위대 몰려
시드니서 장례미사…성당 밖에선 성소수자 단체 등 시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됐다가 긴 법정 다툼 끝에 무죄 선고를 받은 호주 조지 펠 추기경의 장례식에 조문객과 시위대가 대거 몰렸다.
2일 호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시드니 세인트 메리 대성당에서는 지난달 10일 별세한 펠 추기경의 장례 미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토니 애벗 전 총리와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 등 호주 고위급 인사를 비롯해 수천 명이 참석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자리가 없어 성당 밖에 세워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장례식을 지켜봤다.
에벗 전 총리는 추도사에서 "그는 호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톨릭 신자이며 호주에서 가장 위대한 아들 중 한 명"이라며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시간 대성당 맞은편 공원에서는 성 소수자 커뮤니티를 비롯해 수백 명이 '지옥에서 불태워져라', '수치스럽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에 참석한 레이네 엘본 씨는 "우리는 가톨릭교회에서 일어난 일의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에 대한 연대를 드러내기 위해 이곳에 왔다"라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이들의 시위를 막을 계획이었지만 시위대가 행진 경로를 양보하면서 시위와 장례 미사는 동시에 진행됐다. 대신 추모객과 시위대가 충돌할 것을 대비해 경찰들이 성당 주변에 배치됐다.
이날 양측의 충돌은 없었지만, 일부 장례식 참석자가 성당 울타리를 따라 묶어놓은 리본을 제거하려 했고, 이에 시위대가 항의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 리본은 성 학대 생존자들을 지지하는 의미다. 펠 추기경에 항의하는 이들은 장례식이 열리기 며칠 전부터 대성당 울타리에 형형색색의 리본을 달아 놓았다.

펠 추기경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설한 교황청 재무원 초대 원장을 역임했다. 재무원은 교황청 부서들의 행정·재무 활동을 감독하는 곳으로 재무원장은 가톨릭교회 서열 3위의 최고위급이다.
그는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교계 금융·재정 활동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강력한 개혁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7년 6월 호주 검찰에 의해 복수의 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바티칸에서 호주로 돌아와 재판받았고, 호주 법원은 펠 추기경이 1996년 말 호주 멜버른의 성 패트릭 성당에서 성찬식 포도주를 마시던 성가대 소년 2명을 성추행한 것으로 판단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펠 추기경은 구속됐고 항소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2020년 4월 호주 대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배심원단이 제시된 증거를 적절하게 고려하지 않았고 범행이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았다며 최종 무죄 판단을 내렸다.
404일을 감옥에서 보낸 펠 추기경은 석방됐고 이후 로마로 돌아가 여생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무죄 판결 이후에도 과거의 일로 논란에 휘말렸다.
호주 왕립 아동 성 학대 제도적 대응 위원회는 그가 1970년대 성직자들이 아동을 성추행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펠 추기경이 한때 "동성애가 흡연보다 건강에 해롭다"고 발언한 것이나 시드니 대주교 시절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에게 성찬식 집례를 거부한 것이 알려지며 성 소수자 단체들로부터도 비난을 받아왔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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