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Q&A] 인명피해 갈수록 급증…무엇이 참사 불렀나

입력 2023-02-07 12:13   수정 2023-02-07 17:00

[튀르키예 강진 Q&A] 인명피해 갈수록 급증…무엇이 참사 불렀나
모두 잠든 새벽 '수소폭탄 수십개 위력' 강진 덮쳤다…진원 깊이 18㎞ 불과
내진대책 부실·시리아 내전 등도 피해 키웠을 것
"아라비아판, 터키 위치한 아나톨리아판과 마찰하며 북쪽 이동"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덮치면서 인명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진 발생으로부터 만 하루가 지난 7일(현지시간) 새벽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4천 명을 넘어섰으며 부상자도 2만 명에 육박한다. 많은 건물이 파괴된 가운데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사상사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관련 보고서에서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천∼1만 명이 될 확률을 47%로, 1만 명을 초과할 확률을 20%로 추산했다.
아래는 이번 지진이 왜 그리도 많은 목숨을 앗아갔는지 등과 관련한 의문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인명피해, 왜 그리 컸나.
▲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대학 위험·재해축소연구소장인 조안나 포르 워커 교수는 B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튀르키예 강진과) 맞먹는 규모는 지난 10년간 발생한 지진 중에선 두 건, 그 이전 10년 동안엔 4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규모 자체가 컸던 지진인데다 하필 주민 대다수가 곤히 잠든 새벽 4시 17분께 발생했다는 점이 인명피해를 키우는 이유가 됐다.
이 지역 건물 상당수가 지진 위험에 취약한 상태였던 것도 문제가 됐을 수 있다.
USGS는 보고서에서 "내진 설계된 건물이 일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지역 주민들은 지진으로 인한 진동에 극히 취약한 건물에 거주해 왔다"면서 "이런 건물들은 주로 벽돌조나 저층 비연성 콘크리트 구조물"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부터 12년간 내전이 이어져 온 시리아의 경우 전쟁으로 구조가 약화한 건물이 많아 더 피해가 컸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포츠머스대학 소속 화산학자 카르멘 솔라나 박사는 "튀르키예 남부는 내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시리아는 특히나 더 그렇다"면서 "향후 24시간이 생존자 구출에 매우 중요하며, 48시간이 지나면 생존자 수가 크게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BBC는 튀르키예 남부에선 지난 200여 년간 강진이 발생한 적이 없었기에 준비태세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땅속 얕은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한 탓에 지표면에 늘어선 건물에 더 심각한 타격이 미친 측면도 크다. 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는 약 18㎞에 불과했다.
이처럼 진원이 얕으면 지진파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가 적어 지표면에서 느껴지는 흔들림이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

-- 규모 7.8은 얼마나 강한 건가.
▲ 지진의 규모는 해당 지진으로 얼마나 큰 에너지가 방출되었는지를 따지는 척도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진의 에너지를 TNT 폭약의 양으로 환산할 경우 규모 1.0은 TNT 30파운드(약 13㎏), 규모 2.0은 TNT 1t 상당의 에너지를 가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규모의 지진은 지진계에 기록될 뿐 통상 사람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흔들림이 작다.
하지만, 이후 규모가 1 올라갈 때마다 에너지양이 32배씩 늘어나면서 파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규모 5.0에 이르면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을 넘어서는 TNT 3만2천t에 이르는 에너지양을 갖게 된다.



특히, 7.0 지진의 파괴력은 TNT 32메가톤(1메가톤은 100만t)으로 '가장 큰 수소폭탄'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며, 규모 8.0 지진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TNT 1기가톤(1기가톤은 10억t)에 이른다고 지진연구센터는 설명했다.
이번 튀르키예 강진의 규모가 7.8로 측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소폭탄 수십 개가 한꺼번에 터진 정도의 충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규모의 지진에는 아파트나 큰 건물이 무너질 정도의 큰 피해가 수반된다. 규모 8.0을 넘어서는 지진에서는 진앙 주변 거주지가 완전히 파괴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 그렇다면 이 지역에서 강진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 튀르키예는 대륙판 '아나톨리아판'에 자리를 잡고 있어 지진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곳이다.
특히 이번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동남부는 아나톨리아판과 아라비아판이 만나는 단층선이 있는데, 이 단층선을 따라 최소 100㎞에 걸쳐 지각이 엇갈려 움직인 것이 이번 강진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아라비아판이 아나톨리아판과 마찰하면서 북쪽으로 움직인 탓에 심각한 진동이 발생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BBC는 이 단층대에선 과거에도 같은 방식으로 강진이 발생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1882년 8월 13일에는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시리아 알레포에서만 7천 명이 넘는 주민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후 거의 1년간 여진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강진 역시 과거 유사사례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여진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인명피해 컸던 다른 강진들은 어떤 것이 있나.
▲ 규모가 6.0 이상이고 수백 명 단위의 사망자를 낸 지진은 지난 20년간 20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수만 명이 숨진 초대형 지진은 총 6차례였다.
2003년 12월에는 이란 남동부에서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해 3만1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듬해인 2004년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아체주 인근에서 규모 9.1의 해저지진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생겨나 인도양 일대에서 22만6천 명이 사망했다.



2005년 10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동북쪽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은 7만3천 명의 인명피해를 기록했고,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에서도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해 8만7천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2010년 1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는 규모 7.0 지진이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하면서 무려 31만6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1년 3월에는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진도 9.0의 대지진이 발생해 2만2천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냈고, 이 과정에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해 방사성 물질이 대거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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