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지진으로 집권한 에르도안 지진으로 실각하나

입력 2023-02-08 12:00  

[튀르키예 강진] 지진으로 집권한 에르도안 지진으로 실각하나
조기대선 앞두고 20년 철권통치에 정치인생 위기
대응에 달렸다…터키 정치·경제 리셋할 초대형 리스크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튀르키예(터키)가 수천명 사망자를 낸 강진으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 인생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오는 5월 14일 조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99년 1만7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7.6 강진과 2001년 경제 위기에서 정부 대응이 형편없었다는 심판론 속에 치러진 2002년 조기 총선에서 권력을 잡았다.
이번에 1999년 이후 최악으로 꼽히는 강진이 발생했고 치솟는 물가로 민생고가 가중된 국가적 위기 속에 연임에 거듭 도전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2년 총선을 자신이 창당한 정의개발당(AKP)의 승리로 이끌었으나 과거 복역 전과 때문에 바로 총리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3년 총리직에 올랐고 이후 두 차례 총선에서 승리해 2014년까지 자리를 지켰다.
2014년에는 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당선돼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대표적인 권위주의 지도자 '스트롱맨'으로 꼽혀 왔다.
소네르 차압타이 워싱턴극동연구소 터키연구국장은 "이번 지진이 '강력하고 전제적이지만 효율적'이라는 에르도안의 이미지를 실제로 무너뜨릴 수 있다"며 "재해 대응에 달려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새벽 발생한 두 차례의 강진으로 튀르키예에서는 현재까지 5천894명이 사망하고 3만4천명 이상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수색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망자 집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야당들은 국가적 위기에 직면한 만큼 구호 작업이 지역·민족 차별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을 뿐 정부에 대한 비판은 삼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야권 일각과 피해가 큰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구조 작업이 느리고 인력과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지진 발생이 잦은 튀르키예에서 지진 관련 건축 규제 등 행정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거나 이번 재해 대응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제기되면 에르도안의 대선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에르도안이 20년 넘는 오랜 세월 지진과 산불 등 자연재해 대응을 이끌어온 노련한 정치인인 만큼 이번에 위기 대응 노력을 결집하면서 입지를 굳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에르도안이 위기에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대응했다"라며 "정부가 초기 모멘텀을 유지한다면 5월 14일 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을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직접적인 재해 대응 외에 중대한 변수는 경제다.
이번 강진은 물가 상승, 리라화 가치 추락 등으로 취약한 상태였던 터키 경제에 추가 경제적 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흔들리고 있는 에르도안의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에 더욱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관련 보고서에서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이 10억∼100억달러(약 1조2천500억∼12조5천억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번 지진이 1천300만명이 거주하는 지역에 영향을 미쳤고, 지진 피해 복구·재건 비용도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소스 파트너스의 아틸라 예실라다는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준 이번 대규모 지진 피해로 인해 터키 경제와 정치가 "완전히 리셋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튀르키예의 고공행진하는 물가는 그동안 선거에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여겨졌는데, 여기에 지진이 경제적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튀르키예의 올해 1월 물가상승률은 56.8%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24년 만의 최고치인 85.51%에 달했던 것보다는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영국 BBC 방송은 이스탄불 시장에서 만난 한 노인이 "우리는 갑자기 가난해졌다. 거리에서 느끼는 물가상승률은 600%인데 연금은 30%만 올랐다"고 한 말을 전하면서, 터키인들의 생활고 속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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