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저항시인 네루다, 쿠데타 직후 독살됐다"

입력 2023-02-14 10:18  

"칠레 저항시인 네루다, 쿠데타 직후 독살됐다"
독립 전문가 그룹 곧 새 보고서 공개 예정
피노체트 소행 의심…뼈에서 독성 박테리아 검출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칠레 '국민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쿠데타로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들어선 지 12일 만에 69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은 독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네루다의 조카인 로돌프 레예스는 13일(현지시간) 스페인 EEF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삼촌의 뼈에 박테리아인 보톨리누스균이 들어 있을 까닭이 없다"며 "이는 그가 독살됐다는 뜻이며, 우리는 당시 국가기관의 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군부는 1973년 9월 11일 쿠데타로 집권한 뒤 네루다가 1969년부터 전립선암을 앓고 있었고 이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네루다의 사인 규명을 위해 2017년 구성된 독립 전문가위원회는 그의 어금니에서 독소를 유발하는 보툴리누스균을 찾아냈다.
이 박테리아는 흔히 땅속에서 발견되지만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과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교수들은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서 "이 박테리아는 그의 관 안팎에 있다 그의 몸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가 죽기 전에 이미 그의 몸속에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누가 무슨 방법으로 이 독성 박테리아를 네루다의 몸에 주입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레예스는 "네루다를 죽인 총알이 그의 몸에서 발견됐다면 과연 누가 총을 쏘았겠느냐는 의문이 있을 것"이라며 "범인이 누구인지는 곧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네루다가 독살당했고 제삼자가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상당 부분 네루다의 운전수였던 마누엘 아라야 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아라야는 칠레 군사정부의 비밀 요원이 산티아고의 산타 마리아 병원 의사로 가장해 네루다의 배에 주사기로 독극물을 주입했다고 주장했다.
네루다 유족 측 변호사이면서 2011년 네루다가 몸담았던 칠레 공산당과 함께 소송을 제기한 엘리자베스 플로레스는 "네루다는 심하게 아팠던 게 아니었고 어려움이 있었지만 걸어다녔고 죽을 고비에 들어선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레예스는 네루다가 죽기 며칠 전 멕시코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며, 만약 그가 망명에 성공했더라면 그는 피노체트 정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저항 세력"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루다의 사인 규명을 위한 독립 전문가그룹의 보고서는 애초 이달 3일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처음에는 기술적 문제로, 두 번째는 전문가들의 의견 불일치로 두 차례 미뤄져 15일 발표될 예정이다.
플로레스 변호사는 "우리 변호사들은 (네루다의 사인 규명에 필요한) 또 다른 절차를 요구할 것"이라며 "이는 과학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네루다의 유해는 그의 사인 규명을 위해 2013년 칠레 중부 해안의 이슬라 네그라 묘지에서 발굴됐다가 3년 뒤 이곳에 재매장됐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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