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1년] ④ 핵전쟁 위기론마저 고개…"믿을 건 국방" 군비경쟁 가속화

입력 2023-02-20 07:11  

[우크라전쟁 1년] ④ 핵전쟁 위기론마저 고개…"믿을 건 국방" 군비경쟁 가속화
미·중·러 군사력 대결 심화…지난해 전세계 군사비 총 2천600조원 추정
안보 위기 직면한 유럽 각국 '무기 사재기'…나토, 방위비 목표도 상향
대만·일본·호주 등 軍 현대화 박차…中 군사굴기에 아시아도 군사력 강화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전세계적인 안보 우려로 글로벌 군비 증강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강제병합(2014년)에 이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것을 목도한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따른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러시아의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앞다퉈 '무기 사재기'에 나선 것이 일차적인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이어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핵버튼' 위협으로 인해 핵전쟁으로 대변되는 3차 세계대전에 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전세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각국의 국방비 증액을 촉발한 근본적 원인은 국제 안보 환경의 근본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탈(脫)냉전 시대가 끝나고 신(新)냉전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이 새로운 안보 환경에 맞춰 장기적인 목표 속에서 군사력 강화에 나섰다는 의미에서다.
유럽에서의 정세 변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대만이 '미래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 굴기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 아시아 국가의 군비 확장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이 중국을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도 주요 2개국(G2)인 미중 양국의 군사력 확대 대결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 미·중·러 군사력 강화 대결…지난해 전세계 군사비 2조달러 추정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173개국이 지출한 군사비는 약 2조달러(약 2천600조원)로 추정된다.
2017년 1조7천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증액된 결과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적인 방위비 지출에서도 유럽과 아시아는 모두 증가하는 특징을 보였다고 이 연구소는 지난 15일 밝혔다.
이는 유럽과 아시아가 글로벌 군사 대결의 중심에 있다는 의미로, 이런 특징은 미국의 무기 판매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국무부의 지난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년간 미국이 외국에 판매한 무기는 2천56억달러(약 254조원)로 전 회계연도에 비해 49%가량 늘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의 무기 구매 증가가 주된 증가의 이유로 분석됐다.
국방 예산이 1천조원 규모라는 이유로 '천조국'으로도 불리는 미국도 올 회계연도 국방비를 8천580억 달러(약 1천114조원)로 크게 늘렸다.
국방부 예산으로만 보면 전년 대비 8% 오른 수치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해 예산 처리시 의회가 미국 정부가 요청했던 액수보다 450억 달러 더 증액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우크라이나 및 대만에 대한 안보 지원, 중국 견제 등의 요인이 고려된 결과다.
미국의 국방예산은 2011년까지 증가한 뒤 다시 감소했으나 중국과 경쟁이 심화한 2016년 이후 다시 늘어나고 있다.
국방비 규모가 세계 2위인 중국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1% 증액한 1조4천504억5천만위안(약 279조원)이다.
앞서 중국은 2020년 전년 대비 6.6% 증액에 이어, 2021년 6.8% 증액된 1조3천500억위안의 국방 예산을 책정하는 등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서도 증액을 이어가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화하고 있는 대(對)중국 견제 행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부분 동원령까지 발동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도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군사비 증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의 올해 국방예산은 4조9천810억 루블(약 86조5천190억원)로 4조6천781억 루블이었던 지난해보다 6.4% 증가했다.
올해 예산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40% 넘게 늘어난 수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릴 때마다 핵 위협 언사를 하는 러시아는 올해 핵무기 기반 시설 건설에 집중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지난해 11월 "미사일군의 전투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5개 전략미사일군 부대에 새로운 미사일 체계를 수용하기 위한 시설들이 건설 중"이라고 말했다.


◇ 나토, 9년만에 방위비 목표 'GDP 2%+α'로 상향 추진…프·독 등 국방비 증액
지정학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유럽의 국가적 우선순위에 변화를 가져왔다.
구소련 해체 후 냉전이 끝나고 안정적 평화를 기반으로 경제 우선 정책을 추구했던 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안보 환경 변화에 맞춰 방위 체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당장 나토 차원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국방장관 회담 때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 목표를 9년만에 현행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서 더 높이기로 한 것이 상징적인 장면이다.
30개의 회원국 가운데 상당수가 현행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GDP 대비 2% 국방비 공약을 충족한 국가는 2014년 3개국에서 현재는 10개국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상당수 국가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보 환경이 사실상 서방 대(對) 반서방 구도로 재편되면서 미중 패권 경쟁 틈바구니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해온 유럽연합(EU)과 나토간 협력도 심화하고 있다.
나토와 EU는 지난달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처음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직접적인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와 별개로 나토도 지난해 6월 '2022 전략개념'에서 중국을 처음으로 '도전'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유럽 내에서 안보 위협에 대응한 주요 개별 국가 차원의 노력과 함께 군비 강화 공조 여론도 커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가해국으로 국방 분야를 의도적으로 '방치'했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강력하고 최첨단의 혁신 군대를 만들겠다"(올라프 숄츠 총리)는 목표 아래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숄츠 총리는 지난 17일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독일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지속해서 확대하겠다. 독일 연방군의 방위력 확대도 지속해서 이뤄질 것"이라며 EU가 군비 정책에 있어 전략적으로 뜻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독일 하원은 지난해 6월 1천억유로(약 134조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 조성안을 승인했다. 독일은 이 기금 가운데 일부인 100억유로를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 35대를 도입하는데 사용키로 지난해말 결정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국방 예산을 2019∼2025년 2천950억 유로(약 395조원)에서 2024∼2030년 4천억 유로(약 553조원)로 7년간 36% 증액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핵무기 현대화, 군사 정보 예산 확대, 예비군 증원, 사이버 방어 능력 강화, 드론 개발 등을 위한 이 예산안을 다음 달 하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이번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유럽 대륙이 직면한 도전에 맞서 유럽 방위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며 유럽 국가들에 국방비 증액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 유럽이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에게 평화를 성취할 수단을 줘야 한다"며 올해 여름이 오기 전에 공동 투자 계획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 방공 회의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영국은 지난해 11월 예산안에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소 2%로 유지키로 했다.
애초 지난해 7월 보리스 존슨 총리는 2.5% 증액 방침을 밝혔으나 리더십 교체 등으로 인해 조정됐다.
2차 대전 이후 '군사적 중립국'을 표방해오던 스웨덴과 핀란드도 나토 가입을 추진하며 군사 예산 대폭 증액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폴란드의 경우 미국에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M1A1 에이브럼스 전차 등을, 한국에서도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을 구매하기로 하며 군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달 올해 국방예산을 나토 회원국 중 최대치인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일본·대만·호주 등 군사비 증강…중국의 '군사굴기' 대응
우크라이나 전장과는 거리가 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비 경쟁도 뜨겁다.
미국과 전략경쟁을 벌이는 중국의 인민해방군의 현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의 주변국들이 속도를 내는 것이다.
동북아의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상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도 국방비 증액의 한 이유다.
그 대표적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해 태평양전쟁 후 평화주의를 주창해온 안보정책을 완전히 뒤집었다.
일본은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도입하는 등 원거리 타격 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이는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 발사 거점을 사거리 내에 두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해협의 유사시에 대비해 일본은 대만과 가까운 오키나와의 군사 인프라 강화에도 나선다.
일본 정부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뒤인 2027년도에는 2%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관련, 일본은 2023회계연도(2024년3월까지 1년)에 미국 대외군사판매(FMS)를 통해 모두 1조4천768억엔(약 14조원)의 무기를 구매키로 했다.
중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받는 대만은 군 의무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비롯해 전방위적으로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9월 AGM-84L 하푼 블록Ⅱ 지대함 미사일 등 11억 달러(약 1조4천960억원) 규모의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키로 하는 등 군사력 증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지난해 말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해 대만에 5년에 걸쳐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매년 최대 20억 달러씩 융자형식으로 대만에 지원, 미국산 무기 구입에 사용하도록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현재 두 척의 잠수함을 운용 중인 대만은 2025년말 완료를 목표로 자국산 방어형 잠수함(IDS) 건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도 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군 현대화에 나선 상태다.
호주는 2021년 9월 미국, 영국과 새로운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고 핵 추진 잠수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최북단 다윈 틴달 공군기지에 B-52 폭격기 6대를 운용할 수 있는 대규모 군사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과 국경 지역에서 충돌을 빚은 인도는 지난해 9월 자체 제작한 첫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를 취역시켰고 올해 국방비 예산을 13% 증액(89조원)하는 등 국방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필리핀은 미군에 군기지 4곳에 대한 사용권을 부여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협력하고 있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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