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1년] ⑩ "장기간 소모전 전망…푸틴, 권력 약해졌다는 징후없어"

입력 2023-02-20 07:11  

[우크라전쟁 1년] ⑩ "장기간 소모전 전망…푸틴, 권력 약해졌다는 징후없어"
카네기재단·랜드연구소 전문가 "당장은 평화 협상 가능성 낮아"
"러, 아직 싸울 역량 충분…서방, 우크라에 전투기 지원해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누구도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전쟁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더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싱크탱크의 러시아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알렉산더 가부에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연구원은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어떻게 끝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장기간 교착 상태로 가다가 결국 정전협정을 체결하고 남북한처럼 휴전선을 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경제가 예상보다 덜 피해를 보았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도 공고해 러시아가 앞으로 최소 1, 2년은 더 전쟁을 끌어갈 역량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당장은 협상을 통한 평화를 원하지 않으며 전장에서 결판을 내기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신문 콤메르산트 기자 출신인 가부에프 선임연구원은 2015년 카네기재단에 합류해 권위 있는 러시아 싱크탱크인 카네기모스크바센터에서 일했다. 모스크바센터가 러시아 정부의 지시로 작년 4월 폐쇄된 이후 러시아를 떠났다.
윌리엄 코트니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질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러시아가 군의 규모에서 우위에 있어 향후 전황을 전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도 평화 협상 가능성을 어둡게 보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포함해 강력한 무기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트니 선임연구원은 국무부 출신으로 카자흐스탄과 조지아 대사를 지냈으며 미국과 소련의 지하핵실험제한조약(TTBT) 이행을 위한 양자 협의위원회 미국 대표를 맡기도 했다.
다음은 전문가들과의 일문일답.




-- 현재 전쟁 상황을 평가해달라.
▲ (가부에프) 누구도 결정적인 전략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매우 긴 소모전이 될 것 같다. 러시아는 동부 전선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세를 시작했지만,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도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반격을 시도하겠지만 역시 전략적으로 크게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코트니)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동력을 확보했지만 지난 몇 개월간 전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러시아가 새로운 공세에서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러시아군의 전력 태세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공세에 실패하면 러시아군은 현재 점령한 영토라도 지킬 목적으로 수비를 강화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에 잃은 영토를 되찾기 위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 앞으로 전황 전망은? 변수가 될 요인이나 이벤트가 있나?
▲ (가부에프) 러시아의 의도가 중요하다. 러시아가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려고 할지, 아니면 수비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막는 데 집중할지가 중요하다. 러시아의 인력 상황과 추가 동원령 여부, 러시아 군산복합체의 무기 생산능력도 변수다. 우크라이나에는 서방 무기의 지원 속도와 양이 중요하다.
▲ (코트니) 전망하기 힘들다. 누구도 신뢰할만한 예측을 하기에는 지난 1년간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너무나도 많았다. 우크라이나는 싸울 의지와 무기의 성능 등 질적인 면에서 우위에 있으며, 러시아는 군의 규모에서 우위에 있다.

-- 미국과 NATO 동맹국이 갈수록 우크라이나에 더 강력한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데 무엇을 더 지원해야 한다고 보나. 전투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가부에프) 방공체계가 시급하다. 우크라이나 전역을 보호할 만큼 충분치 않기 때문에 러시아가 에너지, 민간 기반시설을 계속 공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공세로 전환하려면 주력 전차와 기갑차량, 전투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코트니)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서려면 보병, 기갑, 포병과 항공 전력 등 여러 병과의 합동 작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투기가 도움 될 수 있다. 반면 수비전에서는 전투기가 덜 중요하고 지상 기반 방공체계가 더 중요하다.



-- 미국이 얼마나 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을까.
▲ (코트니)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일부 고립주의 성향의 정치인들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미 의회에서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강력한 여야 공감대가 있다.

--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에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중국이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보나.
▲ (가부에프)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실제 지원할 준비가 됐다기보다는 대만이나 수출통제 등 다른 현안에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계속 중국을 적대적으로 대하면 중국도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차원에서다. 중국도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게 미국의 레드라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만 문제처럼 중국의 레드라인을 침범하지 않는 한 러시아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

-- 러시아군의 전력을 평가해달라.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낼 정도로 러시아군을 결정적으로 격퇴하는 게 가능한가.
▲ (가부에프) 러시아는 아직 싸울 역량이 충분하다. 작년 러시아 경제의 성장률 감소는 모두의 예상보다 작았다. 전쟁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유럽이 여전히 러시아에서 많은 원자재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러시아는 외화보유액을 다시 채울 수 있었고 적어도 앞으로 1, 2년은 돈이 없어서 싸우지 못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 (코트니) 러시아군은 규모가 크지만 지휘역량과 훈련이 부족하고 제대로 무장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모든 러시아군을 격퇴해 우크라이나에서 몰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사기가 높고 갈수록 훈련과 무장이 나아지고 있다.



--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 것으로 예상하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랑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보는지.
▲ (가부에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둘 다 일단 전쟁을 통해 결판을 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어느 쪽도 평화적 해법을 추구한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 러시아는 새 공세를 시도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정말로 평화를 원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는 양쪽이 휴전하면 서방의 지원이 끝날 것을 두려워한다.
푸틴이 초기에 설정한 전쟁 목표를 포기했다고 보지 않는다. 푸틴은 시간이 자기 편이라고 믿는다. 푸틴이 일시적으로 좌절을 맛봤지만, 서방은 아주 오랫동안 러시아를 밀어내지 못할 것이며 언젠가 의지를 잃을 것이다. 그때가 러시아에 기회가 될 것이다.
결국 장기간 교착 상태로 가다가 정전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한의 38선처럼 그 누구도 최종 해법으로 여기지 않지만, 당분간은 평화를 유지하는 경계에 합의할 수 있다.
▲ (코트니)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볼만한 징후가 없기 때문에 러시아와 생산적인 협상이 가능하다고 볼 근거도 없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이 얼마나 견고하다고 보나. 러시아 국민의 반발할 가능성은.
▲ (가부에프) 큰 균열은 보이지 않는다. 푸틴이 전쟁에 집착하느라 다른 것과 더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푸틴이 약해졌다고 볼만한 징후는 없다. 푸틴에게 '내가 다른 파벌보다 전쟁을 더 잘 끌어갈 수 있다'고 설득하며 전쟁의 주도권을 쥐려는 사람들 간의 다툼이 있지만, 그 누구도 푸틴이 정한 러시아의 노선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러시아 정권은 다른 권위주의체제와 마찬가지로 잔혹하고 정권을 반대하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보여주는 데 능숙하다. 선전하는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은 실상을 모르며 정부에 항의하지 않고 침묵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 (코트니) 푸틴의 권력이 얼마나 견고한지 알기 어렵지만 그가 러시아를 통치한 지난 23년 중 그 어느 때보다 더 압박을 받고 있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생활 수준이 후퇴하고 작년 가을 30만명 추가 동원령이 인기가 없기 때문에 푸틴이 어느 정도 대중의 지지를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 러시아가 더 불리해지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 (가부에프) 우크라이나가 1991년 국경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러시아가 핵보유국이기 때문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자신의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정권이나 개인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다행히 미국 정부도 이런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우크라이나에도 주의를 당부하는 것 같다.
▲ (코트니) 가능성이 낮다. 러시아군은 핵무기 사용의 군사적 효과를 활용할 만큼 충분한 장비를 갖추거나 훈련받지 못했고 의지도 약하다. 러시아 정부는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군이 전 세계에서 러시아군을 상대로 대대적인 재래식 공격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 한국이 전쟁 종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한국 같은 국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얻을 교훈은.
▲ (코트니) 한국이 우크라이나군에 무기와 훈련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은 러시아의 행동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적대행위에 대비하는 게 최선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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