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서방 기술 탈취에 법원 동원…잇단 서방기업 특허 무력화"

입력 2023-02-21 11:57  

"中, 서방 기술 탈취에 법원 동원…잇단 서방기업 특허 무력화"
WSJ "보안기술·제약·희토류 등 서방기업 특허권 무효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서방 기업들의 특허를 무효화하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중국이 서방 기술 탈취에 법원까지 동원했다는 의구심이 증폭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이 최첨단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서방과 기술·경제적 우위를 놓고 갈등을 키워 가는 가운데 법률 시스템까지 동원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관리들은 중국이 특히 기술과 의약품, 희토류 광물 등 중요 산업 부문에서 법원이나 특허 패널을 활용해 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중국 기업들을 돕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매체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본사를 둔 아메리칸 사이언스 앤드 엔지니어링(AS&E)의 사례를 상세히 조명했다.
이 기업은 저전력 X선 기기를 차량 뒤편에 탑재해 차량을 스캔하는 방식을 고안해 2003년 선보였다. 군이 분쟁지역에서 폭발물을 탐지하거나 경찰이 주차장 등에 위장 잠입해 차량들을 감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던 AS&E는 2017년 중국 보안장비기업 뉴크텍(Nuctech·퉁팡웨이스)이 이와 똑 닮은 제품을 선보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알리고 라이선싱(지적 재산권, 상표 사용권, 소프트웨어 사용권 따위의 사용권을 요청한 회사에 그것의 사용을 허가하는 일)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뉴크텍은 "우리가 모든 지재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직후 한 중국 업계 단체는 중국의 특허 심의 기구에 AS&E의 지식재산권을 무효로 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2018년 이 기구는 AS&E의 특허에 독창성이 부족하다면서 중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뉴크텍은 이런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WSJ은 이 기업이 한때 후진타오 전 주석의 아들이 이끌었던 곳이며 현재는 중국 국영기업의 지배를 받는다고 전했다.
AS&E를 2016년 인수한 모기업 OSI 시스템은 미국 당국과 접촉하면서 뉴크텍이 중국 국영기업 소유인 만큼 상업적으로나 국가안보상으로나 화웨이보다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0년 미 국무부는 동맹국들을 상대로 뉴크텍 제품을 배제하도록 하는 캠페인에 나섰고 상무부도 그해 미국 기업들이 미 정부 승인 없이 부품 구매를 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이 기업을 올렸다.
AS&E는 2021년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이후 새로운 법적 절차가 개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또 다른 신청이 제기돼 중국 특허 패널이 AS&E의 다른 기술에 대한 특허 무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WSJ은 이와 비슷한 다른 사례들도 전했다.
미국 미시간주의 자동차 센서 제조업체 멀렌테크 일렉트로닉스는 중국 기업 2곳이 자사 기계류와 기업 기밀을 탈취했다고 주장했지만, 2021년 청두에 있는 법원은 멀렌테크의 증거 수집 방식이 부당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스티브 천 멀렌테크 회장은 "중국의 법률 체계는 외국 기업에 대해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스페인의 모바일 안테나 설계업체 프락투스와 영국 기술 라이선스 업체인 벡티스는 상하이에서 중국 기업이 무선안테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2020년 말 패소했다. 이들 기업은 항소했으며 그 밖에도 중국 기업들과 특허 여러 건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21년에는 닝보에 있는 법원이 일본 히타치 계열사가 희토류 자석 기술에 대한 중국 기업의 라이선싱을 거부한 데 대해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당시 히타치 메탈스는 "특허권 행사와 반독점법 적용과 관련한 국제 관행으로부터 한참 동떨어진 결정"이라는 성명을 냈다.
WSJ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집권 3기를 열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다양한 경로의 투자를 늘리고 지식재산권의 법적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시 주석은 그에 앞서 2020년 11월에도 "지식재산권은 국제무대에서 경쟁의 핵심 요소이며 국제 분쟁의 초점"이라고 말했다.
과거 중국의 '짝퉁'(위조) 상품 제조 등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단속을 위해 노력하고 법원에서도 중국의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면, 최근 일부 산업에서는 벌어지는 상황은 이와 정반대라고 WSJ는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스웨덴 통신장비 제조업체 에릭손 등을 대신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EU 기업들이 중국 외 지역에서 특허 침해 소송에 나서는 것을 중국이 막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EU는 이런 중국의 정책이 유럽 기술을 더 값싸게 활용하기를 원하는 중국 기업들의 개입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극도로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런 EU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준수하고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EU의 글로벌 지재권 보호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전략 부문·기업, 특히 국영기업과 관련해 중국 당사자에 유리한 법원 판결 경향"에 우려를 표시했으며 특허 무효화를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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