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집을 어떻게 떠나"…뼈대뿐인 집 지키는 시리아인들

입력 2023-02-23 11:15   수정 2023-02-23 11:19

[튀르키예 강진] "집을 어떻게 떠나"…뼈대뿐인 집 지키는 시리아인들
"공포에 무뎌져"·"전쟁통에도 지킨 집"…이번에도 떠나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규모 7.8 강진으로 시리아 곳곳은 폐허가 됐지만 아직 무너져버린 집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22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이제는 공포에 무뎌졌다는 주민부터 떠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는 주민까지 각자의 사연을 지닌 시리아 지진 피해자들을 소개했다.
아미나 라슬란(85)은 아들과 손주와 함께 서북부 알레포의 알 마샤르카 지역에 머물고 있다.
시리아 반군 거점인 알레포는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중 하나로, 지금까지 이곳에서만 지금까지 432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통제지역 사망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무너진 건물만 최소 54채다. 알레포 성채를 비롯한 오랜 유적도 크게 훼손됐다.



지난 50년간 라슬란 가족의 터전이었던 7층짜리 건물도 지진으로 외벽이 모두 사라졌다.
한때 아늑한 거실이었을 방에는 추위와 추락을 막아줄 창문조차 남아있지 않지만 이들 가족은 오늘도 뼈대만 남은 1층의 집으로 돌아간다.
라슬란의 아들은 "우리 집은 (시리아 내전)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이제는 위험에 익숙해졌다"고 덤덤히 말했다.
10년 넘게 내전에 시달려온 탓에 건물이 무너지는 건 더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라슬란은 새로운 집을 구하고 싶어도 그럴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임시 텐트와 같은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것은 라슬란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면서 "나는 전쟁으로 두 자녀를 잃었다. 집마저 떠나고 싶지 않다. 이제 더는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같은 건물 4층에는 55세 여성 움 무니르가 홀로 집을 지키고 있다.
무니르의 집도 라슬란의 집처럼 바깥벽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온갖 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상황이지만 무니르는 "죽지 않으면 나갈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니르는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도 이 집을 지켜왔다고 한다. 자연재해나 분쟁 때문에 집을 떠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무니르는 일축했다.
그는 "전쟁이 가장 혹독하게 벌어졌던 시기에도 우리는 집을 잃지 않았다"면서 "인제 와서 난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20일 알레포를 비롯한 시리아 서북부 접경지와 튀르키예 동남부에서는 규모 6.4 지진이 또 발생하는 등 위험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무니르는 아래층 이웃 라슬란의 손을 붙잡고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AFP는 전했다.
그는 "라슬란은 뛸 수가 없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최대한 빨리 걸어서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당국에 따르면 이날 규모 6.4 지진 25차례 이상 여진이이어졌다. 규모 5.8짜리 여진도 있었다.
이번 지진으로만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8명이 숨지고 680여 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된다.


hanj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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