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플레밍 소설 007 시리즈 인종차별적 표현 수정돼

입력 2023-02-26 13:36  

이언 플레밍 소설 007 시리즈 인종차별적 표현 수정돼
텔레그래프 "흑인 표현 등 대거 수정…개정판 4월 발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1908~1964)의 소설 '007' 시리즈가 오는 4월 인종차별적 표현이 대거 수정된 개정판으로 재발간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작품의 저작권을 소유한 이언 플레밍 출판사는 007시리즈 첫 작품인 '카지노 로열' 출간 70주년을 맞아 인종차별적 표현을 삭제하거나 수정한 시리즈 전 작품의 개정판을 4월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판사는 이를 위해 독자들에게 작품 내 인종차별적 표현에 대한 검토를 의뢰했으며, 개정판에는 이와 관련한 공지문도 함께 실을 예정이다.
텔레그래프는 공지문에 "이 책은 현대 독자들이 불쾌하게 여길 만한 용어와 태도가 일상적이었던 시기에 쓰였다. 개정판에서는 원작과 작품 시기에 최대한 가깝도록 유지하면서 여러 가지를 업데이트했다"는 내용이 담긴다고 전했다.
개정판에서는 특히 흑인들에 대한 표현이 다수 삭제되거나 수정된다.
플레밍이 글을 쓰던 1950~1960년대에 흑인을 모욕적으로 지칭하던 '니그로'(negro)라는 단어는 개정판에서 거의 완전히 삭제되며, 대부분 '흑인'(black person 또는 black man)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된다.
'007 살인번호'에서 본드에게서 탈출하는 범죄자들은 인종 명시 없이 '갱스터'로 표현되며, 같은 소설에서 의사와 이민국 관리들도 인종이 언급되지 않는다.
'007 썬더볼'의 바텐더와 '007퀀텀 오브 솔러스'에 등장하는 집사의 인종도 명시되지 않으며, '007 골드 핑거'에서도 흑인이 다수 포함된 제2차 세계대전 수송부대에 대한 묘사에서 인종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다.
인종에 관한 언급 외에도 표현이 수정되는 곳이 다수 있다.
한 예로 '007 죽느냐 사느냐'에서 본드가 뉴욕 할렘가 나이트클럽에 들어가 스트립쇼에 흥분하는 남자들을 바라보는 장면의 묘사는 단순화된다.
"본드는 관중들이 우리 속의 돼지들처럼 숨을 헐떡이며 신음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이 식탁보를 움켜쥐는 것을 느꼈다. 입이 말랐다"라는 표현이 "본드는 그 안에서 짜릿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로 수정됐다.
007시리즈는 이전에도 출판되는 시장에 맞춰 수정이 이루어진 바 있다.
플레밍은 미국판 편집자 앨 하트에게 미국 독자들에게 맞춰 성적 표현 수위를 낮추도록 허용했고, '007 죽느냐 사느냐'에 나오는 인종차별적 표현도 수정할 수 있게 했다.

이언 플레밍 출판사는 "이언의 접근법에 따라 우리는 책 전반에 걸쳐 여러 인종차별적 용어들을 살펴보고 많은 단어를 삭제하거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용어로 수정했다"며 "4월 개정판이 출판되면 독자들이 직접 확인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소식이 영국의 유명 아동문학가 로알드 달의 작품들이 원작자의 동의 없이 수정돼 논란을 겪은 가운데 알려져 눈길을 끈다.
최근 출판사가 로알드 달 작품의 일부 구시대적 표현을 고쳐 수정본을 내자 문학작품의 내용을 시대가 달라졌다는 이유로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출판사 측은 무수정본을 다시 출간하기로 했다.
달은 생전에 자신의 작품에 담긴 표현을 함부로 바꾸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