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양 방사능 조사선 타보니…"기술 뛰어나지만 분석량 적어"

입력 2023-03-02 11:00   수정 2023-03-02 16:03

[르포] 해양 방사능 조사선 타보니…"기술 뛰어나지만 분석량 적어"
日 원전 오염수 방류계획 발표 후 취재진에 해양·수산물 방사능 조사현장 공개
"세슘·삼중수소·스트론튬 등 보수적 기준치로 분석…세슘 나온 적 없어"
현장 어민 "생선 한두마리 잘라 검사하는 걸 어떻게 믿냐" 걱정


(부산=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해양 방사능 조사 분석기술만큼은 우리가 전 세계 톱(top)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기술로는 더 정밀도를 개선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다만 소수 인원만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인력 보강이 절실하답니다."
지난달 27일 김성길 해양환경공단 해양수질처장은 해양 방사능 조사 시료(해수) 채취를 위해 탑승한 해양환경조사선에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 처장은 "모두 13명이 해양 방사능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분석 요구량 대비 분석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주관하는 숙련도 평가에서는 5년째 '전 항목 만족'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7∼28일 해양 방사능 조사 현장과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조사 현장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해수부는 해안선으로부터 3해리 이내의 항만·연안 52개 조사정점에 대한 해수·해저퇴적물·해양생물 방사능 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조사정점을 7개 늘렸다.
주요 정점 29개는 연간 최대 6번(격월), 23개 정점은 2번(2·8월) 조사를 한다. 세슘134, 세슘137, 삼중수소, 전베타, 스트론튬90 등 최대 7개의 핵종을 검사한다.
취재진은 90t(톤) 규모의 해양환경조사선 2호를 타고 부산5번 정점에 도착해 해수를 채취하는 현장을 참관했다.
부산5번 정점은 최근 2월 조사를 마친 만큼 시료 채취는 시연 형식으로 이뤄졌다. 채취된 해수는 분석 과정을 거치는 대신 예비용 시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조사선에서는 '로제트 샘플러'(Rosette sampler)라는 장비를 바다에 넣어 표층수를 채취하고 염산을 넣는 절차까지 이뤄졌다.
김 처장은 "염산을 넣어 채취한 해수의 pH를 산성으로 유지한다"며 "방사성 물질이 저장 용기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채취된 해수는 해양환경조사연구원의 해양 방사능 분석실로 이동된다.
이곳에서는 2월 조사에서 채취한 해수의 세슘 농도를 분석하는 과정이 한창이었다.
연구진은 해수에 노란색 시약인 AMP를 넣어 세슘과 흡착하도록 한 뒤 침전시킨다. 이후 건조까지 마친 최종 시료를 감마핵종분석기에 넣어 농도를 측정한다. 세슘을 검출하는 데만 60L(리터)의 해수가 필요하다고 한다.
해양환경공단에 따르면 2015∼2022년 전체 해역의 방사능 농도 범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다. 특히 조사 대상 핵종 중 반감기가 가장 짧은 세슘134는 전체 조사해역 해수와 해저퇴적물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해수부는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조사 현장도 공개했다.
지난달 28일 새벽 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들이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시료(생선)를 채취하는 과정에 취재진이 동행하는 방식이었다.
유통 전인 양식·어획 수산물·원양산 수산물은 수산물품질관리원이, 근해어선이 어획한 수산물은 국립수산과학원이 방사능 안전성 조사를 한다.
이날 부산공동어시장에 들어온 배는 대형선망 6척, 외끌이기선저인망 2척 등 총 8척이다. 고등어, 방어 등 18㎏ 상자 2만3천여개가 위판됐다.
이 중 수산물품질관리원은 대형선망 4척의 6개 어종(고등어·방어·몽치다래·눈퉁멸·전갱이·복어)에 대해 10건의 시료를 채취했다.
식용에 알맞은 부분을 뜻하는 '가식부' 기준 1㎏의 시료가 필요한 만큼 통상 1건당 3㎏의 시료를 채취한다.
석영민 수산물품질관리원 부산지원 주무관은 "새벽 6시에 경매가 시작되기 전에 나와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며 "보통은 새벽 4∼5시부터 채취 업무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채취한 시료는 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 옮겨져 요오드, 세슘134, 세슘137 등 핵종의 방사능 농도 검사를 받는다.

검사를 하기 위해선 어류의 가식부를 잘라내 반죽 상태로 만드는 균질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감마핵종분석기에 넣어 방사능 농도를 측정한다. 통상 1건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는 데 3시간 이상이 걸린다.
식약처 고시에 따른 방사능 기준을 적용하는데 세슘134와 세슘137의 합이 1㏃(베크렐·방사능 단위)/㎏ 이상 검출될 경우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추가 핵종에 대한 검사를 의뢰한다. 세슘의 경우 100㏃/㎏이 기준치이지만 보수적으로 판단해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검사를 한 10건의 시료에서는 모두 세슘과 요오드가 검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만난 어민들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걱정하는 목소리를 냈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만난 한 어민은 "수산물을 일일이 검사하는 것도 아니고 한 두 마리 잘라서 검사하는 걸 어떻게 믿느냐"며 "일본이 자기들 마음대로 (오염수를) 버리겠다는데 뾰족한 수가 없으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cha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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