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영국인들 집단 트라우마 남긴 코로나19 강력 봉쇄

입력 2023-03-03 07:07  

[특파원 시선] 영국인들 집단 트라우마 남긴 코로나19 강력 봉쇄
수년 걸리는 코로나19 공공조사 못 기다리고 자료 폭로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얼마 전 찰스 3세 국왕의 부인 커밀라 왕비가 코로나19 재감염으로 일정을 취소했다는 소식에 아직도 코로나19가 함께 존재하고, 누군가는 검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영국은 약 1년 전 오미크론 변이 여파가 남은 상황에서도 자가격리 등 법적 방역 규정을 모두 없앴고 4월부터는 무료 신속 검사도 중단했다.
이후 여름께 코로나19가 한창 돌았고 겨울에는 코로나19도 독감도 아니면서 증상이 심한 감기가 유행했다.
코로나19는 겉으로는 이렇게 잊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영국인들에게 강한 트라우마를 남긴 듯하다.
가족·이웃의 사망이 고통스러웠을 뿐 아니라 세 차례에 걸친 봉쇄도 큰 충격이었다. 한국은 코로나19 중에도 대체로 일상이 돌아갔지만 영국은 집 밖에도 나갈 수 없고 식당과 학교도 문을 닫는 강력 봉쇄를 했다. 자유를 중시하는 영국인들에겐 국가가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것만도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전반에 관해 공공조사를 하기로 하고 이를 진행 중이다.
2021년 5월에 계획을 발표하고 그해 12월에 조사위원장을 임명했으며, 이듬해인 2022년 6월 조사 범위와 목적 등을 정했다. 예비 공청회는 2022년 10월에 이뤄졌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불만이 있다면 상당히 답답함이 느껴지는 속도다.
영국의 공공조사는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7년 그렌펠 타워 화재 원인과 대처 관련 조사는 결과가 최근에야 나왔다.
줄이 길어도 잘 기다리기로 유명한 영국인들로서도 코로나19 피해와 관련해선 참기 어려워진 걸까.
코로나19 봉쇄에 비판적이던 한 기자가 당시 정책 결정 최일선에 있던 맷 행콕 보건부 장관의 왓츠앱 메시지 10만여건을 폭로해버렸다.
여기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보리스 존슨 전 총리부터 동료 장관, 보좌진 등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들어있다.
행콕 전 장관과 함께 책을 쓰면서 이 자료를 확보한 토크TV의 이사벨 오크숏 국제 에디터는 신뢰를 깼다는 비판에 국가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정부가 증거가 부족한데도 종종 정치적 이유로 국가를 봉쇄하는 재앙 같은 결정을 내려서 우리 모두 악영향을 입었다"면서 "진실에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방대한 양의 원자료를 넘겨받은 보수지 텔레그래프지는 약 두 달간의 작업을 거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관해 그야말로 까발리고 있다. 이 매체는 마스크 착용 등을 포함한 대부분 방역 규제를 강력히 비판해왔다.
기사에 따르면 장관급 정치인들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은데도 정치적 이유로 규제를 강화했고, 이 과정에서 일반 국민에 관해 조롱하듯 말했다.
개빈 윌리엄스 전 교육부 장관은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구가 부족해서 위험하다는 교사들에 관해선 "일을 정말 하기 싫어한다"고 비아냥댔고 행콕 전 장관은 이에 동조했다.
다들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고위 정치인들이 부적절한 특례를 받은 일들도 폭로됐다.
보수당 강성 우파 제이컵 리스-모그 전 장관은 아이를 위한 코로나19 검사키트를 집으로 배달시켰다.
행콕 전 장관과 사이먼 케이스 전 비서실장은 입국 후 호텔 격리된 이들에 관해 놀리듯 말하기도 했다.
총리실 직원들이 봉쇄 조치로 국민이 갇혀 지낼 때 자신들은 즐겁게 파티를 즐긴 '파티 게이트'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였다.
영국은 코로나19에 브렉시트 충격이 동시에 겹치면서 힘들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기·가스요금 등 물가가 10% 넘게 뛰면서 실질임금이 추락하고, 철도부터 교육, 의료까지 공공 부문 곳곳에서 파업에 돌입해 이젠 일상으로 느껴진다. 토마토, 오이 등 채소와 계란은 품귀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영국인들의 불만과 분노가 어떻게 표출될지 주목된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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