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vs 슐라인, 이탈리아 두 여성 지도자 대결에 관심 집중

입력 2023-03-06 22:56  

멜로니 vs 슐라인, 이탈리아 두 여성 지도자 대결에 관심 집중
사상 최초로 여야 영수 모두 여성…정책적 성향과 출신 배경은 '극과 극'
'난민선 난파' 관련 피안테도시 내무장관 해임 문제 두고 초반부터 격돌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여성 정치 지도자들 간에 전례 없는 대결 구도가 형성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르자 멜로니(46)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취임한 데 이어 최근 민주당(PD) 당 대표 선거에서 역대 처음으로 여성인 엘리 슐라인(37)이 당선됐다.
강경 우파 성향의 FdI는 원내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보유한 집권당이고, 중도 좌파인 민주당은 제1야당이다. 이탈리아 여야 대표 정당의 지도자를 모두 여성이 맡게 된 것이다.
이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2013년까지 이탈리아 의회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은 20% 미만으로 유럽 평균에 크게 미달했다.
그러나 오늘날 그 비율은 31%로 늘어났고,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이탈리아 정치의 최상층부에 이제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의 여성이 우뚝 섰다.
둘은 같은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을 쉽게 찾기 어렵다.
슐라인 신임 대표는 양성애자에 성평등을 지향하는 페미니스트이고, 친유럽 성향이다.
반면 전통적인 가족주의를 중시하는 멜로니 총리는 성 소수자 권리 보호에 소극적이고, 낙태에 비판적이며, 여성 할당제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멜로니 총리는 집권 전에는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슐라인 신임 대표가 스위스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데 반해 멜로니 총리는 노동자 계층 거주지에서 홀로된 어머니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정책적 성향은 물론 출신 배경까지 극단적으로 다른 두 여성 지도자의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완성되자 이탈리아 현지 언론매체는 물론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멜로니 총리는 10대 때부터 독재자 무솔리니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반이민이나 반동성애, 반유럽통합 등 극우적 정치 성향을 보였다.
총리 취임 이후에는 온건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지만 취임 전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등으로 불리며 우려하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슐라인 신임 대표는 멜로니 총리와 대척점에 서 있다. 그는 성 소수자 권리, 양성평등, 기후변화, 분배 강화, 노동 개혁 등 진보적 의제를 내걸고 과감한 개혁을 추구한다.
민주당이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렸다고 판단하는 당원들은 선명성을 강조한 그에게 열광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슐라인 신임 대표가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슐라인 신임 대표는 당선 직후 앞으로 민주당이 멜로니 정부의 눈엣가시가 될 것이라며 집권 우파 연합과 대립각을 예고했고, 이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최근 이주민들을 가득 태운 선박이 이탈리아 해안에서 난파해 지금까지 시신 70구가 수습된 가운데 슐라인 신임 대표는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피안테도시 장관은 이번 참사가 이주민들이 가족을 동반한 채 위험한 여정에 나섰다가 발생한 것이라며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슐라인 신임 대표는 지난 2일 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난민선 난파 사고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등 반이민·반난민 성향의 현 정부와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6일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을 총리실로 호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두 여성 지도자의 정책적 성향이 워낙 달라 앞으로 이들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교될 전망이다.
마티아 딜레티 로마 사피엔자대 정치학 교수는 "슐라인은 멜로니만큼 단호하다"며 "또한 슐라인은 멜로니보다 젊고, 이제는 확고한 정치적 입지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딜레티 교수는 "슐라인은 매일, 전국 어디에서나 멜로니에게 도전할 것"이라며 "이번 피안테도시 장관 건은 두 지도자 간에 양보 없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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