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中 총리 위상…"이젠 시진핑 결정에만 따를 것"

입력 2023-03-10 10:05   수정 2023-03-10 17:42

쪼그라든 中 총리 위상…"이젠 시진핑 결정에만 따를 것"
'쌍두마차 한 축→시진핑 수하'…11일 리창 총리 선출 예정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에서 총리는 그간 '쌍두마차'를 이끄는 한 축으로 인식돼 왔으나, 이제는 1인자의 명령에 따르는 역할만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 전망했다.

리창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에서 총리로 선출될 예정인 가운데 그의 역할은 '제한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990년대 후반 주룽지 총리는 당시 개혁개방에 속도를 내는 중국의 대변인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역할이 컸고, 원자바오 총리도 1인자인 후진타오 주석에 버금가는 쌍두체제의 한 축이었다.
이 시기에 주룽지 총리의 개인 역량도 탁월했지만 '권력 분점'에 초점을 맞춘 덩샤오핑의 집단지도체제가 확실하게 뿌리내리면서 총리가 행정부 격인 국무원의 수반으로서 권한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 역시 '온화한' 지도력으로 공산당 서기·당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하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에 이은 2인자로서 분명히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2년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선출된 시진핑 국가주석을 '견제'할 정도의 후광을 받았던 리커창 총리가, 시 주석의 견제로 지난 10년 재임 내내 이전 총리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집권 10년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후진타오 주석(2만6천517건)과 원자바오 총리(1만3천541건)의 이름이 오른 건수는 '2 대 1' 수준이지만, 시진핑 주석(6만4천671건)과 리커창 총리(1만108건)는 무려 '6 대 1'에 달한다.
이 통신은 1·2기 집권 때 시 주석은 총리의 정책 결정에 더 큰 통제권을 행사하려 했고, '3기 집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이번 전인대에서 통제권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중국에서 이전 총리들은 국무원 산하에 3명의 부총리를 두고서 경제 분야에 관한 '주도권'을 쥐고 정책 결정을 해왔으나, 리 총리는 3명 가운데 한 명인 류 허 부총리로부터 늘 견제받고 외면당하는 처지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류 부총리는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이자 '복심'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10년 전 총리에 취임하면서 "손목을 잘리는 것"과 같은 아픔을 느끼는 경제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리 총리의 선언은 사실상 '허언'이 됐다. 임기 내내 경제 주도권은커녕 변죽만 울리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젠 새 총리로 선출될 리 창 상무위원이 '크게 쪼그라든' 총리직을 물려받게 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거기에 리 상무위원은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 재임 시절 보좌관을 한 인물로, 상무위원 발탁과 총리 지명도 시 주석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결국 절대 권력의 '수하'에 불과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공산당에 사이버 보안 문제부터 경제개혁까지 분야별로 당 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국무원의 집행기관을 지도하는 형태로 운영해 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분야의 경우 공산당 내에, 오래전에 해체된 중앙금융위원회를 부활시키고서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딩쉐샹 당 판공청 주임을 위원장에 앉혀, 경제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전인대에서 중앙금융위원회에 조응할 집행기관으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을 국무원 직속 기구로 신설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이 기관은 금융업에 대한 감독·관리를 총괄해 책임진다. 결국 당 중앙금융위원회-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체제로 경제 운용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렇게 되면 총리가 경제 주도권을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경제정책의 실무사령탑 역할을 하는 부총리 겸 인민은행 총재로 시 주석의 최측근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을 발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새 총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시'가 가능한 복안이라는 점에서 총리의 역할은 더 축소되는 셈이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중국 당국의 이번 국가기구 재편은 시 주석이 모든 권력 수단을 통제하고 확인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새 총리의 독립 공간은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경제리서치기업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어 중국 연구 부국장은 "새 총리의 역할은 시 주석의 야망과 성향을 정책 의제로 전환하는 것에 머물 것"이라며 "결국 시 주석이 결정한 만큼만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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