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개혁 Q&A] 128만명이 거리로 나온 까닭은

입력 2023-03-17 10:51   수정 2023-03-17 15:01

[프랑스 연금개혁 Q&A] 128만명이 거리로 나온 까닭은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프랑스 정부가 대규모 시위에 불을 지핀 연금 개혁을 의회를 건너뛴 채 강행키로 했다.
당초 우파 공화당을 설득해 입법을 추진하려 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막판에 하원 표결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조항을 내세워 우회로를 선택한 것이다.
연금 개혁에 반대해온 좌파, 극우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주요 노동조합도 추가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연금 개혁이 프랑스 정계 및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은 이유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16일(현지시간) 문답으로 정리했다.

-- 프랑스 연금 개혁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64세로 연장한다.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노동으로 기여해야 하는 기간은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린다. 근로 시간을 늘리는 대신 최저 연금 상한은 최저 임금의 85%로 10%포인트 인상한다. 연금개혁 방안은 작년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 공약으로 내세운 방안 가운데 하나다.
프랑스는 유럽 주요국 가운데 연금 수령 연령이 가장 낮아 시스템 유지를 위해 막대한 자원이 투입돼야 하기에 연금 개혁이 추진됐다.
연금개혁안에는 노동시장에 일찍 진입하면 조기 퇴직을 할 수 있고, 워킹맘에게 최대 5% 연금 보너스를 지급하는 내용도 있다.
-- 거리로 나온 시위대는 누구인가.
▲ 중도를 포함한 모든 노동조합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정부 추산 128만명이 거리에 나와 역대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운수노동자와 에너지노동자, 교사, 공공부문 노동자 등 직종도 다양하다. 도로 청소부들도 시위에 동참하고 있어 파리의 절반 이상이 7천여t에 이르는 쓰레기로 뒤덮인 상황이다.
노조는 이번 개혁이 노동시장에 조기 진입한 저임금 육체노동자에게 가장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3분의 2가량이 이번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 프랑스인들은 왜 연금 개혁에 이토록 민감한가.
▲ 연금 개혁은 프랑스 사회보장 제도의 주춧돌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노동인구가 퇴직인구를 의무적으로 보살피는 일종의 '세대 간 연대'라고 인식한다. 높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노동인구도 공정한 연금이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기반이라고 보고 있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도 지난 40년간 퇴직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거의 항상 반대 여론과 거리 시위에 직면했다.

-- 마크롱 대통령은 왜 의회 투표를 건너뛰었나.
▲ 의원들의 지지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치른 총선거에서 집권당이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내 입지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우파 야당인 공화당 의석을 확보하면 승산이 있었겠지만 수주간의 협상에도 충분한 표를 끌어모으지 못했다.
-- 이전에는 연금 개혁이 시도된 적 없는가.
▲ 마크롱 대통령은 2019년 첫 임기 도중 프랑스 연금 제도의 복잡성을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철도 노동자에서 법조인에 이르기까지 직종·직능별로 42가지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15년 내 통합해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보편적인 '포인트제'로 운영한다는 게 골자였다. 당시 개혁안에 지금과 같은 정년 연장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연금 개혁 반대 시위는 1968년 총파업 이래 가장 오래 지속된 시위로 기록됐으나, 이듬해 코로나19 대유행이 겹치며 개혁은 무산됐다.
--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가.
▲ 좌파 정치인들은 노조에 파업과 시위를 지속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정부 조치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24시간 이내에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해 이르면 오는 20일 투표를 진행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극좌 의원들이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에 합류하기를 원치 않고 있어 통과 여부는 이들의 움직임에 달렸다. 불신임안이 통과하려면 하원의원 577명 중 과반에 해당하는 289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총리 등 내각은 총사퇴해야 하고 마크롱 대통령은 새로운 내각을 꾸려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도 의회를 해산하고 임시 총선을 치를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실현할 가능성은 작다.
acui7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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