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약한 고리' 2금융권 유동성 점검…안전장치 강화

입력 2023-03-19 06:13  

금융당국, '약한 고리' 2금융권 유동성 점검…안전장치 강화
상호금융권 내년말 유동성 규제 도입…상환준비금 상향 움직임도
이상 징후 없다지만…"과거와 다른 뱅크런 속도 대비해야" 지적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배영경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 부실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 대한 유동성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에 비해 규제가 느슨한 2금융권이 갑작스러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유동성이나 건전성 관리를 보완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 수신잔액 등 집중 점검…"이상 징후 없어, 모니터링 지속"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상호금융권 수신 잔액 동향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SVB 사태 이후 예금 인출 등 자금 이탈세가 있는지 확인하고, 각 상호금융 중앙회 측에 수신 동향에 특이 동향이 있을 경우 즉시 보고해달라고 전달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6일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기 위한 저축은행 업권 대상 간담회에서도 SVB 사태와 관련한 유동성 대응 방안 논의를 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유동성 비율은 177.1%로 목표치(100%)를 초과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자금 이탈세 등 이상 징후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업계 유동성과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상호금융 유동성비율 규제 도입 앞둬…별도 예금자보호제 운영
2금융권 건전성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유동성 규제 등을 손보며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내년 말부터 상호금융권 유동성 비율을 저축은행 수준인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간 상호금융권엔 별도의 유동성 비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안정적인 예·적금 지급을 위해 개별 금고가 중앙회에 준비금을 예치하는 '상환 준비금 제도'의 의무 예치 비율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신협은 최근 의무 예치 비율을 50%에서 80%로 상향했으며, 새마을금고도 새마을금고법 개정을 통해 예치 비율을 현재 50%에서 80%로 끌어올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무 예치 비율이 100%인 농·수협, 산림조합과 키를 맞추기 위한 차원이다.
상호금융권 취급 예금은 예금보험공사의 부보예금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예금자보호기금(5천만원까지 보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재 5천만원에서 상향하는 과제 등을 논의 중인데, 이 경우 상호금융권에서의 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어 보호 한도 동반 상향에 대한 논의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거액 예금 인출 시 유동성 단기간 악화 가능성"
금융권 안팎에서는 SVB 사태 여파가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만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예금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대비 사업 규모가 작고 규제도 느슨한 상황이라 작은 '불씨'에도 위기가 확산할 수 있는 업권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대구 지역에서 중견 건설사가 오피스텔 공사를 중단한 것과 관련해 지역 금고들이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예금 인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련 보도가 나온 지난 2월 28일~3월 7일 대구 지역 12개 금고 전체 예수금 약 3조원 중 447억원(1.5%)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지역 신협과 농협은 최근 수신 경쟁 속에 고금리 특판을 팔았다가 과도한 자금이 몰리자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해지를 요청하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하하기도 했다.
수신 폭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예금 인출이 빠르게 일어날 경우엔 더 혼란스러운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SVB가 초고속 파산한 배경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예금 인출이 지목되는 가운데 저축은행권이 양호한 유동성 지표만으로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에서 볼 수 있듯 지표가 건전하다고 해서 1~2년간 안심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급격한 예금 인출은 양호한 과거 지표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을 부실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예금 보호 한도 5천만원을 초과하는 거액 예금에 대한 모니터링도 주문했다.
정 연구원은 "작년 3분기 기준 5천만원을 초과하는 저축은행의 거액 예금 규모는 32조5천억원으로 전체 예금이 27.4%를 차지하고 있다"며 "불안감이 고조될 경우 이탈 가능성이 높고 유동성 지표 저하가 드라마틱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포 속 뱅크런이 과거 대비 빠르게 발생해 저축은행의 유동성 대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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