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막녹지화 영웅' 20년 가꾼 삼림, 국영기업 횡포로 고사

입력 2023-03-30 13:07  

中 '사막녹지화 영웅' 20년 가꾼 삼림, 국영기업 횡포로 고사
석탄 채굴하며 관개수로 파괴…삼림주 무릎 꿇고 대책 호소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 '사막 녹지화 영웅'이 사재를 털어 20여년간 가꾼 삼림이 국영 탄광업체의 횡포로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신경보 등 현지 매체가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64세인 쑨궈여우씨는 2003년 닝샤 자치구 링우시 마자탄진 일대 사막을 녹지로 가꾸기로 결심하고, 토지 667㏊를 임차했다.
쑨 씨는 지금까지 1천만위안(약 19억원)의 사비를 들여 수목이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바꾸고, 수로를 개설해 나무를 심어 20여년간 가꿔 녹음이 우거진 삼림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노력이 알려지면서 그는 관영 매체들에 의해 여러 차례 '사막을 일궈 삼림을 조성한 영웅'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국영 에너지그룹 산하 탄광업체가 12년 전 쑨 씨의 삼림 주변에서 석탄을 채굴하면서 삼림에 물을 공급하는 관개 수로를 파괴해 문제가 생겼다.
당시 광산업체는 "하수처리장을 완공하면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이 탄광이 설치한 하수처리장에서 배출하는 오·폐수의 수질이 떨어져 수목 관개용으로 부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닝샤 수도공사 관계자는 "탄광에서 배출하는 하수에 염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삼림에 공급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쑨 씨의 조림지는 비에만 의존하는 처지가 됐으나 이 일대 강우량은 물 부족을 해갈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해 이미 30%가량의 수목이 고사했다.

쑨 씨는 작년 9월 광산업체에 항의, 이달 27일까지 수로를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광산업체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애가 탄 쑨 씨는 지난 28일 탄광업체를 찾아가 책임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물 공급이 재개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한 푼의 당국 지원금도 받지 않고 자비를 들여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던 사막을 21년간 가꾼 삼림이 죽어가고 있다"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울부짖었다.
또 "나무에 줄 수 없는 수질의 물을 흘려보낸다면 토양이 오염되지 않겠느냐"며 "환경 오염을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쑨 씨의 호소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으며 누리꾼들은 "국영 기업의 횡포가 도를 넘었고, 당국은 묵인하고 있다"며 "사막 녹지화 영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나무들을 고사시켜서야 되겠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급한 대로 물을 구매해 죽어가는 나무에 주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국가에너지그룹은 "쑨씨와 물 공급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p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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