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티라노사우루스 돌출 이빨 "사실 아니다"

입력 2023-03-31 11:08  

영화 속 티라노사우루스 돌출 이빨 "사실 아니다"
악어보다 입술 안에 숨긴 도마뱀과 유사…"흉포하게 보이려는 미학적 선호 작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나 벨로키랍토르 등으로 대표되는 수각류 공룡은 악어처럼 무시무시한 이빨을 늘 입 밖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묘사돼 왔다.
하지만 영화 '쥐라기 공원' 등을 통해 각인된 이런 통념과 달리 도마뱀처럼 얇은 입술 안에 이빨이 감춰져 있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번대학 고생물학 조교수 토머스 컬런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수각류 공룡 입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이 악어보다는 도마뱀과 더 유사해 이빨이 비늘로 덮인 입술에 가려져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 공룡인 수각류는 대개 단검과 같은 큰 이빨을 가져 입을 다물어도 악어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밖으로 돌출했을 것으로 제시돼 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영국 포츠머스 대학 고생물학자 마크 위튼 박사는 이와 관련, "19세기부터 공룡 복원이 시작된 이래 공룡의 입술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었지만 1980∼1990년대에 입술이 없는 쪽으로 흐르며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대중문화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면서 "하지만 이런 변화를 자극할 연구나 발견은 없었으며, 과학적 사고보다는 흉포하게 보이려는 미학적 선호가 작용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대중적 묘사를 뒤집어 놓았는데, 이는 쥐라기 공원 속 티라노사우루스를 포함해 많은 공룡의 묘사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수각류 공룡 입술과 관련해 가장 자세하게 진행된 이번 연구에서 수각류 공룡 이빨의 해부학적 구조와 마모 양상, 입술 유무에 따른 파충류 턱의 모양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수각류 공룡의 이빨이 입술이 없어 밖으로 돌출된 근연종 악어의 이빨과 달리 외부 노출에 따른 마모나 손상 흔적이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공룡의 두개골 대비 이빨 크기도 코모도왕도마뱀을 비롯한 현존 육식 도마뱀과 비교해 크지 않다는 점도 확인했다. 수각류 공룡의 이빨이 입술로 못 덮을 만큼 비대칭적으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컬런 조교수는 "포식 공룡의 이빨이 입술로 덮기에는 너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지만 비율에 맞지 않게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티라노사우루스의 거대한 이빨은 두개골 크기와 비교해 현존 육식 도마뱀의 것과 비슷하며, 이는 입술로 가리기에는 너무 크다는 가설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수각류 공룡의 턱 주변에 신경과 혈액 등을 잇몸과 입 주변 조직에 연결해주는 작은 구멍이 있는데, 이는 악어보다는 도마뱀 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는 모든 수각류가 입을 다물었을 때 이빨이 입술에 완전히 가려진다는 점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이는 과학계와 대중문화에서 묘사되는 공룡의 외형은 물론 공룡의 이빨 구조와 먹이 생태계, 생체역학 등에 대한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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