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토끼들의 습격…이상기후 역풍 맞은 스페인 농부들

입력 2023-04-25 12:14  

굶주린 토끼들의 습격…이상기후 역풍 맞은 스페인 농부들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에 개체 수 늘어난 토끼 떼까지 '설상가상'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스페인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굶주린 토끼들이 농장을 습격하는 상황이 벌어져 가뜩이나 가뭄과 산불 등으로 고전 중인 현지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뭄으로 토끼가 뜯어 먹을 신선한 풀이 사라졌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번식력이 왕성한 토끼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최근 토끼 떼가 곡물과 포도·올리브나무를 향해 맹렬히 돌격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주의 농민들이 물 부족에 더해 농작물을 먹어 치우는 토끼들로 인한 재앙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이 기록적으로 더웠고 겨울은 유난히 건조했던 탓에 스페인 내 다수 지역이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카탈루냐 전체 저수량은 기존의 26%까지 떨어졌고, 저수지에는 물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가뭄 때문에 풀과 물이 부족해지자 토끼들이 농장으로 달려와 어린 밀과 보리, 포도 등 과일나무 껍질을 먹어 치우고 있다는 것이다.
카탈루냐의 농민 알렉 푸아는 "팬데믹으로 2년간 아무도 토끼 사냥을 할 수 없었고 토끼들은 점액종증(토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면역까지 생겼다"며 "암컷 토끼는 두 달마다 7~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탈루냐주 정부는 오는 9월까지 25만마리 이상의 토끼를 사살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고령화됐고 그 수도 줄어든 이 지역 사냥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토끼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주 정부는 토끼 굴에 넣으면 독성 포스핀(인의 수소화합물) 가스를 방출하는 인산 알루미늄 사용을 허가하기에 이르렀다.
카탈루냐 베르두 인근에서 포도나무와 올리브, 병아리콩 등을 재배하는 농민 후안 삼보다는 "올해도 작년과 같이 건조한 한 해가 된다면 포도나무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가뭄이 심각해지자 지난 2월 카탈루냐주 당국은 농업용수 사용량을 40%, 공업용수 사용량은 15% 감축하고 생활용수는 주민 1명당 하루 평균 물 공급량을 기존 250L(리터)에서 230L로 줄이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다음 달 기초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 의원들이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추가 감축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농민들은 가뭄에 자체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포도나무 주변에 잡초를 남겨두면 아침 이슬이 포도나무 잎뿐만 아니라 잡초에도 맺혀 나무가 가뭄에 더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또 메를로나 샤르도네와 같은 프랑스 품종 대신 재배 주기가 더 긴 수몰, 시체스 말바시아와 같은 토종 품종으로 갈아타고 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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