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집권 이탈리아, 친권 불인정 등 동성부부 공격 본격화

입력 2023-04-26 17:33  

극우 집권 이탈리아, 친권 불인정 등 동성부부 공격 본격화
생물학적 부모만 인정 추진…"성소수자 마녀사냥 분위기" 반발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에 사는 미켈라 레이디(38)는 작년 여름 동성 파트너가 딸 줄리아를 출산하면서 '공동 엄마'가 됐다. 갓난아기를 돌보는 일은 눈코 뜰 새 없었지만 기쁨으로 가득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달 들어 "공공질서에 어긋난다"며 생물학적인 부모가 아닌 레이디는 법적인 부모가 아니라는 명령을 내렸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레이디가 겪은 일처럼 법원과 정부의 동성 부모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법률에는 동성 커플이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 두 사람이 모두 부모로 인정돼야 하는지가 명확히 규정돼있지 않다.
이 때문에 출생신고서에 누구를 부모로 등록해줄지를 결정할 권한은 통상 관할 시장이 갖고 있었고, 동성 간 '시민 결합'이 법적으로 허용된 2016년 이후로는 상당수 동성 커플이 시장의 허락만 있으면 동등하게 부모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들은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정부로부터 "더는 선택권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미 법적인 부모로 인정받은 비(非)생물학적 부모의 이름을 아기 출생신고서에서 소급해 삭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전국적으로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도 명확한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선 동성 부모를 모두 인정해야 한다며 버티는 시장도 있다. 북동부 파도바의 세르지오 지오르다니 시장이 대표적이다. 소속 정당이 없는 그는 WSJ에 "나는 양심에 따라 아이들에게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지역 검찰은 지오르다니 시장이 2017년 이후 발급한 여성 동성 커플 자녀의 출생증명서 34건을 검토하고 있다. 부모 삭제 조치를 위한 사전 작업이다.
이런 출생신고서 '단속'은 기독교적인 가족의 가치를 수호하겠다고 공언해온 멜로니 총리의 반(反) 동성 부모 캠페인의 일환이다.
WSJ는 멜로니 총리가 극우를 넘어 보수 세력 주류에 편입되기 위해 우파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탠스를 다방면으로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득권층에 친화적인 경제·외교 정책뿐만 아니라 이민, 국가 정체성 등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성소수자 정책은 "몇 달 사이 '마녀사냥'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는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이런 모습은 동성 커플의 권리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다른 서구 국가들의 흐름과는 반대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탈리아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은 불가능하다. 또 레즈비언은 난임 치료를 받을 수 없고, 게이 커플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아이를 입양할 수 없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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