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1분기 7조여원 역대급 실적…IFRS17 논란 가열

입력 2023-05-14 05:52  

보험사 1분기 7조여원 역대급 실적…IFRS17 논란 가열
보험사 회계기준만 변경됐는데 은행권 이익 넘어서
IFRS17 악용 '이익 부풀리기' 의혹에 금감원 점검 강화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채새롬 기자 =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과 맞물려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에만 순이익 7조여원을 달성해 은행권을 넘어서는 역대급 실적을 거두자 IFRS17을 둘러싼 부풀리기 의혹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의 영업 여건 등 기초 체력은 지난해와 그대로인데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갑자기 실적과 재무 상태가 180도 바뀌면서 1금융권인 은행권보다 높은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보험사들의 도덕적 해이 등에 의해 부풀려진 이익이 향후 대규모 손실로 조정될 경우 보험사들의 지급여력에 문제가 생겨 금융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각성을 깨달은 금융감독원도 보험업계에 IFRS17과 관련한 낙관적인 가정을 자제하라면서 이익 지표의 변동성이 큰 보험사 4곳에 대한 수시 검사 착수와 더불어 문제점에 대한 점검 및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 IFRS17 첫 성적표…보험사 1분기 7조원대 순익
14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IFRS17을 적용한 보험사들은 1분기에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전체 보험사의 순이익은 7조여원으로 추정돼 6조7천억원에서 7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은행권의 이익을 상회했다.
지난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를 모두 합친 보험업계의 순이익이 9조2천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1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순이익에 버금가는 실적을 거둔 셈이다.
1분기와 같은 실적을 올해 계속 낸다고 가정하면 연간으로는 무려 28조원의 순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IFRS17의 영향으로 손해보험업계 빅5인 삼성화재[000810]가 올해 1분기에 순이익 6천133억원을 거뒀고 DB손해보험[005830]이 4천60억원, 메리츠화재가 4천47억원, 현대해상[001450]이 3천336억원, KB손해보험이 2천538억원이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소형 손해보험사 롯데손해보험[000400]도 순이익이 79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생명보험업계에서도 업계 2위 한화생명[088350]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4천225억원에 달했다.
보험업계가 자산과 영업 규모 등에서 체급이 월등히 높은 은행권을 위협할 정도로 역대급 실적을 올린 데는 IFRS17이라는 마법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고 손익을 인식할 때도 현금흐름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전 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한다. 저축성 보험보다 보장성 보험 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보험사에 유리하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IFRS17에 따라 손익을 현금주의 대신 발생주의로 인식하고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며 계약 서비스마진(CSM)이라는 계정을 새로 도입했다.
CSM은 보험계약으로 얻을 미실현 이익을 평가한 값이다. 보험사는 CSM을 계약 시점에 부채로 인식하고 계약 기간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IFRS17을 계기로 각 사의 회계 기준 자율성이 확대됨에 따라 1분기 실적 발표 전후로 보험업계에서는 일부 보험사가 자의적 가정을 활용해 CSM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원칙 중심의 IFRS17 취지에 따라 CSM 산출에 대한 보험사의 자율성을 존중해왔는데 감독 및 규제에 허점이 생긴 셈"이라면서 "일부 보험사가 이 틈새를 활용해 분식 수준의 이익 부풀리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의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놓고 IFRS17이 마법을 부린 건지 아니면 분식인지를 놓고 보험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 '무저해지상품 해지율·실손보험 손해율 가정' 문제 노출
보험업계에서는 IFRS17을 처음으로 적용해보니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실손보험 손해율 가정에 규제상 허점과 공백이 노출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들 영역에서 보험사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가정을 조작하는 식으로 대규모 이익을 실현하고 분식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무저해지보험은 해약환급금이 없는 대신 일반 상품 대비 값싼 보험료로 위험을 보장해 보험사들이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무저해지보험의 경우 경험통계가 없는 점을 악용해 CSM과 상품 수익성을 부풀려 가격 인하를 통한 출혈 경쟁이 심한 상황이다.
과거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해지율 예측 오류로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이뤄져 고객이 피해를 보고 상품 판매 보험사가 파산한 사례가 있다.
보험권 공통 상품인 실손보험 손해율은 과거 10년 평균 130%에 육박한다.
하지만 각 보험사는 손해율이 100%까지 수렴하는 기간을 5~10년 등으로 임의로 적용해 실제 손실 수준과 무관하게 손익을 과대 계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합리성이 결여된 가정에 의해 산출된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회계 지식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 당장 급증한 보험사의 이익만 보고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향후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도덕적 해이로 부풀려진 이익이 향후 대규모 손실로 조정되는 경우 보험사의 지급여력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결국 국민의 피해와 공적자금 투입 등 국가 경제적 부담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금융당국, IFRS17 문제 파악 착수…기준 제시할듯
이처럼 IFRS17을 놓고 보험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리자 다급해진 금감원도 CSM 산출을 위한 계리적 가정의 합리성 점검 및 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지시에 따라 3~4주 전부터 보험사 자료 수집을 시작해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 11일에는 23개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를 불러 이달 말에 손해율 등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CSM이 수익성 지표로 도입됐는데 보험사들이 스스로 결정한 손해율, 해약률 등 계리적 가정을 기초로 CSM을 제각각으로 산출하면서 지표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각 보험사가 회계상 낙관적인 가정을 설정할 경우 초기에는 이익이 증가하지만 결국 손실로 돌아와 미래의 재무적 부담을 키울 뿐만 아니라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 상품 개발과 판매정책이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CSM 등과 관련해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된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DB생명보험, KB라이프생명에 대해 수시 검사에 나섰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등 해당 보험사들은 IFRS17 기준을 준수했으며 회계법인 등의 확인을 거쳐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들 보험사가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고 업계에서 이익지표의 변동성이 가장 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2개씩을 선별해 검사를 통해 어떤 상황인지 들여다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오랜 기간 최선을 다해 준비해왔으나 세부적인 가정 적용 방법론과 산출 기준에 있어 회사별로 차이가 있다"면서 "금감원의 이번 보험사들에 대한 현장 점검도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srch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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