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천200℃로 달궈진 170t 쇳덩이…신한울 원전으로 거듭난다

입력 2023-05-16 11:00  

[르포] 1천200℃로 달궈진 170t 쇳덩이…신한울 원전으로 거듭난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원전 주기기 첫 단조작업 공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직원들 사기가 많이 올랐다"
수소터빈 개발도 박차




(창원=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단조 공장.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원전 주기기 제작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다. 수백t의 쇳덩이가 달궈진 뒤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지난 15일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재개 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단조 작업이 공개됐다.
가열로의 열기로 인해 약 22만2천평 규모의 공장 내부가 찜질방처럼 후끈했다. 수m 떨어져 있었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가열로 쪽으로 내뻗었던 휴대전화가 이내 열기를 흡수해 손으로 편히 쥐기 힘들 정도였다.
곧이어 170t의 육중한 강괴가 집게(매니퓰레이터)에 들린 채 가열로에 들어가더니 선명한 노란빛을 내뿜었다. 강괴의 온도는 섭씨 1천200도에 이른다고 한다.
대장간에 있는 듯 쇳소리가 울리며 프레스가 강괴를 누르고 두드리는 일이 몇차례 반복됐다. 둥근 원통 모양이었던 강괴가 점차 길고 날렵해졌다.
4개 기둥 방식으로는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이 프레스의 힘은 성인 남성 24만명이 누르는 힘과 맞먹는다.
뜨거운 가열로 속에서 재탄생한 이 강괴는 2032년 경북 울진의 신한울 3호기의 증기발생기로 거듭난다.



1982년 준공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은 국가기간산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초대형 발전 설비를 제작한다.
협력사 직원을 포함해 5천여명의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으며 전체 면적은 430만㎡로 여의도 1.5배 크기에 달한다. 원자력·단조·터빈·풍력 공장 등과 함께 제품 수출을 위한 자체 부두도 있다.
이곳 창원공장 직원들에게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원전 산업 및 생태계의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백지화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계획을 복원했고, 올 3월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 제작에 착수했다.



바뀐 에너지 정책으로 가장 바빠질 원자력 공장으로 향했다. 단조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부품을 이어 붙이고 조립해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을 최종 제작하는 곳이다.
한때는 높이 14m, 직경이 5.5m, 무게 533t에 이르는 원자로 20개가 한꺼번에 이 공장에서 제작되던 '황금기'도 있었다지만, 이날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안내를 맡은 이동현 공장장은 신한울 3호기 주기기 제작에 착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공장의 20%밖에 가동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제작 흐름도를 보여주던 그는 원전 설비의 핵심이 품질 보증 검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방사선 촬영, 표면 검사, 초음파 검사, 수압 검사 등 수많은 제품 검증을 통과해야만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다.
이 공장장은 "'원자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자로 내부 용기를 채울 만큼의 서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제품 자체가 안정성과 직결되니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7년 넘게 원자력 공장에서만 일했다는 그는 "무탄소, 신재생 에너지에도 관심이 많지만 원자력 발전을 아예 안 한다고 했을 땐 그 역할을 몰라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소식에) 직원들 사기가 많이 올랐다"며 미소 지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는 발전소에 공급하는 초대형 크기의 터빈과 발전기를 만드는 터빈 공장도 자리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발전용 가스 터빈은 섭씨 1천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마하 1 이상의 속도로 회전하는 기계기술의 집약체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년 세계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했다.
이상언 상무는 "터빈은 저절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보수가 필요한데, 최악의 경우 플랜트가 서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가스 터빈을 국산화함으로써 에너지 안보에 대한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LNG(액화천연가스)를 연소하는 가스 터빈에 수소 연소가 가능한 연소기를 부착해 수소 터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이 상무는 "국내 수소 경제가 활성화돼 수소 가격이 낮아지고 공급 인프라가 구축되면 무탄소 청정 발전원으로 대체가 가장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게 저희의 가스터빈"이라며 "수소 터빈만큼은 전 세계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모든 모델을 대상으로 수소 터빈 전환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무탄소 에너지의 한 축을 담당하는 풍력 공장이었다.
타워의 핵심 부품(너셀·허브·블레이드) 중에서도 블레이드(날개)를 기준으로 제품이 구분된다. 블레이드의 면적이 곧 바람을 받는 면적이 돼 풍력을 계산하는 주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풍력 터빈마다 장착된 기상 센서는 바람의 방향을 인식해 그에 맞춰서 서 있는 방향을 바꾸고 바람의 세기를 측정해 3m/s∼25m/s 사이에서만 작동하도록 돕는다고 한다.
2005년 풍력 사업에 착수해 약 2천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성장가능성이 높은 대용량 해상풍력 발전기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win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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