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우리도 한강·양양 있다"…중국 후베이성 짧은 관찰기

입력 2023-05-17 07:07  

[특파원 시선] "우리도 한강·양양 있다"…중국 후베이성 짧은 관찰기
한국 화장품·홍삼 인기…기업 관계자 "한국과 협력 중요" 한목소리


(우한=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주성재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저서 '인간 장소 지명'에서 지명은 알고 보면 특별한 재미와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서술했다.
지명을 알면 그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명 결정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이 산·강·호수다.
태백산맥의 동쪽과 서쪽을 각각 영동과 영서로 칭하고, 금강을 기준으로 충청도와 전라도를 구분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대한민국 영토의 95배에 달하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어머니 강'으로 통하는 황허(黃河)를 기준으로 북쪽과 남쪽을 각각 허베이(河北)와 허난(河南)으로 나눈다.
또 산둥(山東)과 산시(山西)는 각각 태산의 동쪽과 서쪽을 칭하는 명칭이고, 양쯔강 중류에 위치한 둥팅후(洞庭湖)를 기준으로 북쪽과 남쪽은 각각 후베이(湖北)와 후난(湖南)이다.
후난과 후베이는 중국의 중심에 위치한 데다 물이 많아 주민의 생활이 풍족하다 보니 예로부터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했다.
신기한 점은 둥팅후 북쪽 후베이에 유난히 한국과 같은 지명이 많다는 점이다.
'한장'(漢江·한강), '샹양'(襄陽·양양), '장링'(江陵·강릉) 등 발음은 다르지만 한자 표기가 같다.


산시성 한중시에서 발원한 길이 1천577㎞의 한장은 중국 중부지역에서 가장 긴 강이자 창장(長江·양쯔강)의 최대 지류다.
한강이 서울을 강남과 강북으로 나누는 것처럼 중국의 한장은 샹양시의 도심을 강남과 강북으로 나눈다.
샹양의 강남에 역사·문화 유적이 몰려있고 강북이 신도심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한국과 후베이에 같은 이름이 많은 이유에 대해 현지에서는 옛날 후베이 주민이 한국으로 이주했다는 설, 또는 한국인들이 후베이에 정착해 지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까지 퍼져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후베이에는 유난히 한국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한 지역이 많다.
후베이성은 2014년 충북도와 자매결연을 체결했고, 샹양시는 표기가 같은 강원 양양시와 1998년 자매도시 결연을 하고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밖에 우한시는 충북 청주시, 센닝시는 경기 의왕시, 언스시는 충북 제천시와 각각 자매결연을 했다.
최근 미국, 일본, 싱가포르 기자들과 함께 한국과 인연이 깊은 후베이성 일대 주요 기업을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국이 미국·일본과 밀착하면서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한국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지방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소개하면 기자가 접한 일선 지방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한국을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국 중부 지방의 물류를 담당하는 샹양종합보세구역 관계자는 기자에게 축구장 여러 개 크기의 물류 창고를 소개하며 단일 품목으로 한국과 일본의 화장품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한국 홍삼 제품의 인기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화장품과 홍삼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를 묻자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제품에 비해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도 고개를 끄덕였고, 순간 기자의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다.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후베이의 다른 기업들에서도 쏟아져나왔다.
기관차 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진잉중공업과 대형버스 등을 제작하는 텅룽자동차 관계자도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진잉중공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전에는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수시로 만나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앞으로는 한국 기업들과 자주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최대 생수 기업인 농푸산취안 관계자도 "한국은 주요 협력 국가 중 하나"라며 "한국 기업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밖에 여행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는 샹양시 옌허촌의 농촌 체험 마을 등 소규모 관광지에서도 중국어와 함께 한국어가 표기된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후베이성 외사판공청 관계자는 "후베이는 과거부터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했다"며 "코로나19로 한국인들이 많이 귀국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전에는 한국 기업인은 물론 관광객이 매우 많은 지역이었다"고 소개했다.
우한총영사관 관계자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긴장 관계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지만, 지방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후베이 지방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과 협조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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