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부커상 낭독회…천명관 "매우 자유로운 상태에서 쓴 소설"

입력 2023-05-19 09:30  

英 부커상 낭독회…천명관 "매우 자유로운 상태에서 쓴 소설"
런던 사우스뱅크센터서 고래 등 6개 후보작 작가·번역가 낭독회
주인공 금복이 죽음 맞는 순간 낭독…김지역 번역가 "전달자로서 근육 훈련"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매우 자유로운 상태에서 쓴 소설이어서 그런 형식이 된 것 같다"
천명관 작가는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센터에서 개최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 낭독회에서 '고래'의 형식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처럼 답했다.
천 작가는 "처음 쓴 소설이었고 문학 공부를 한 적도 없었다"며 "누가 이 소설을 읽을 것이란 기대를 별로 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썼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특별히 하고 싶은 얘기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못할 얘기도 없어서 아는 온갖 얘기를 다 끌어왔고, 좋아하는 온갖 형식도 한군데 다 모아서 썼더니 이런 형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천 작가는 '고래'에 관해 "이 소설은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행하는 시기에 있던 이야기로 변화를 다루고 있다"라며 "거대한 원시성이 스러지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로 넘어오면서 세상은 점점 작아지고 세밀해지고 있으며, 오히려 크고 거대한 것은 적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 소설엔 거대한 것들이 적응 못 하고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슬픈 정조가 있다"고 설명했다.
낭독회에 함께 참석한 이 책의 김지영 번역가는 소설가와 번역가의 관계에 관한 질문을 받고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작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본다"며 "'고래'를 번역하며 재밌었고 전달자로서의 근육을 연습하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이날 낭독회는 약 300석 규모 퍼셀룸에서 개최됐으며 진작에 매진됐다.
작가와 번역가가 각자 책을 낭독한 뒤 사회자인 머브 엠리 옥스퍼드대 영문과 교수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사는 책 판매와 작가·번역가 사인회로 마무리됐다.
천명관 작가는 낭독 때 금복이 죽음을 맞는 순간을 그린 장면을 읽었다.
천 작가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금복의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어서 골랐다"고 말했다.

낭독회에는 다른 후보작인 불가리아 '타임 셸터'(Time Shelter)의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작가와 앤절라 로덜 번역가, 멕시코의 '스틸 본'(Still Born)의 과달루프 네텔 작가와 로절린드 하비 번역가가 참석했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불더(Boulder) 팀은 작가 에바 발타자르는 화상으로 낭독·답변을 하고 줄리아 산체스 번역가는 현장에 왔다. 코트디부아르 '스탠딩 헤비'(Standing Heavy)의 가우즈와 프랜크 윈 팀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더 가스펠 어코딩 투 더 뉴 월드'(The Gospel According to the New World)의 마리즈 콩데 작가와 리처드 필콕스 번역가 부부는 화상으로 참석했다.
이 중 불가리아와 코트디부아르 작가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엠리 교수가 말했다.

이날 낭독회에서 필콕스 번역가는 "작가와 번역가의 관계는 '친밀한 적'이며, 부인인 콩데 작가가 영어 번역본을 읽지 않는 것이 함께 잘 지내는 비결"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타임 셸터'의 로덜 번역가는 불가리아에 민속 노래를 배우러 갔던 첫 인연을 말하며 실제 노래를 불렀다.
천 작가는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 사회에서 문학에 대한 애정과 경외, 그리고 축제 같은 즐거움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는 23일 밤 스카이가든에서 개최되는 행사에서 발표된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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