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원자재수급, 중국은 반도체…통상장관회동의 두 키워드

입력 2023-05-28 00:57  

한국은 원자재수급, 중국은 반도체…통상장관회동의 두 키워드
서로 경제 분야 의존성 확인하며 상호 '아킬레스건' 노출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다자회의 계기에 성사된 한중 통상분야 장관급 인사의 회동은 최근 한중관계의 긴장과 한·미·중이 함께 얽힌 '반도체 전쟁'의 한복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 회의 참석 계기에 양자 협의를 진행했다.
왕 부장이 APEC 참석을 위한 방미 계기에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케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회동하며 미중 당국 간 대화가 본격 재개된 상황에서 한중간에도 오랜만에 고위급 경제 대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 회동에 대한 양측 발표의 '강조점'을 보면 최근 미묘한 한중관계 속에서 경제 분야에서의 상호 의존성을 확인시킨 측면이 있었다.
한국 측 발표에 따르면 안 본부장은 중국 측에 핵심원자재와 부품 수급의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2021년 중국이 자국 내 비료 수급난 속에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한국에서 요소수 수급난이 발생한 일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당시 한국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2천개, 90% 넘는 품목이 5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에서의 배제) 공세에 맞서 희토류 등 전략물자의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 측은 중국의 인위적 전략물자 수출 통제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견제한 모양새였다.
반면 중국 측 발표의 핵심은 반도체 공급망 협력이었다.
중국 상무부는 한국과 함께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수호하길 원한다면서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분야 대중국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거기에 우호국들의 동참을 끌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그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이 읽혔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 18n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미국은 지난 1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일본, 네덜란드 측과 협의를 하면서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 통제에 두 나라가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일본과 네덜란드 모두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국내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기지를 보유한 한국까지 미국의 디커플링 공세에 동참하는 상황은 중국으로선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일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베이징의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최근 잇달아 대만 문제와 관련한 한국 측 입장 표명을 문제 삼으며 외교적 공세를 펴고 있지만 한중관계에서 당장의 최우선 현안은 한국의 반도체 디커플링 참여 저지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한중은 이번 통상 분야 장관급 협의를 통해 경제 분야에서 상호 의존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서로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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