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총리 "中과 경찰·안보협력 중단 검토"…거리두기 행보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확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피지가 작년 말 정권 교체를 계기로 중국과 거리두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8일 외신에 따르면 시티베니 라부카 피지 신임 총리는 전날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1년 중국과 맺은 경찰 협력 협정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피지와 중국 간의 이 협정은 2013년에 일부 군사 분야로 확대됐다.

중국은 피지와의 경찰·안보 협력을 더 강화하자는 입장이지만, 라부카 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그는 피지와 체제가 다른 나라로부터 협력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을 언급하고 "비슷한 민주주의적 가치와 제도를 가진 나라들과 협력할지 여부를 다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뉴질랜드와의 국방협정 논의가 내주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말 총선 패배로 퇴임한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전 총리는 16년 재임 기간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라부카 총리는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뉴질랜드·호주는 물론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힘쓰고 있다.
피지의 이런 변화는 최근 몇 년 새 남태평양에서 영향력 확장에 주력해온 미중 양국의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창설,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정상회의 등으로 태평양에서도 대(對)중국 포위망을 굳히자 중국은 남태평양 섬나라들과의 관계 강화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중국은 작년 4월 왕이 외교부장의 남태평양 10개국 순방을 통해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 솔로몬제도와 안보협력 협정을 맺어 미국과 서방을 긴장시켰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피지·바누아투·키리바시·통가·파푸아뉴기니의 경찰 총책임자들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법 집행 능력과 경찰 업무협력 대화'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작년 9월 워싱턴DC로 태평양도서국포럼(PIF) 회원국 정상들을 초청해 역대 첫 미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태평양 도서국에 8억1천만 달러(약 1조1천600억원) 상당의 경제적 지원과 안보 협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 3월에도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등이 포함된 대표단을 뉴질랜드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피지로 보내 양자 간 현안을 논의하는 등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양국 간 방위협력협정(DCA)을 체결했다. 아울러 솔로몬제도와 통가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평화봉사단을 다시 보내기로 했다.

미국의 우방인 호주도 지난해 10월 피지와 '주둔군 지위 협정'을 체결, 양국이 상대 나라에 군대를 머물고 작전을 할 수 있게 했다.
호주는 또 솔로몬제도에 경찰 배치 등 치안과 관련해 4천600만 호주달러(약 404억원)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