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영재학교 너무 많다…역할 차이도 없어"

입력 2023-06-14 17:47  

"과학고·영재학교 너무 많다…역할 차이도 없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영재교육의 내일을 생각한다' 토론회
전문가들 "영재 키우려면 '교육'에 중점둬야…40년간 선발만 집중해 사교육 유발"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40년을 맞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영재 교육이 영재를 선발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며 이제는 영재에게 어떤 교육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정현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은 14일 제211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지난 20년간 누가 영재냐 하는 잘못된 질문에 잘못된 해답만 열심히 찾았다"며 "자신에게 맞지 않는 교육을 받아 힘든 영재라면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누가 영재나만 관심을 두다 보니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과학고등학교 개교 40주년, 영재학교 개교 20주년을 맞아 '영재교육의 내일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정 원장은 지난 20년간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은 타당성이 높은 방법보다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는 방법에만 집중했지만, 단기간 경쟁적인 선발 환경에서 사교육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에는 중점을 두지 않다 보니 '여러 사람이 열심히 노를 젓고 있지만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그는 비유했다.
지난 20여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학생대표단을 이끈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교수나 선생 등 교육 공급자들의 영역 이기주의가 너무 과도하다"며 "지필고사, 실험, 소양 등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다 달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공급자가 자기 입장에서 주장하지 말고 학생이 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분야별로 교육의 방향과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0년간 20개로 늘어난 과학고와 8개로 늘어난 영재학교 수도 너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송 교수는 과학고와 영재학교 수가 너무 많고 학생 선발 방식과 대상자 등 차이가 난립하며 일부 과학고만 일류로 인정받고, 다른 학교들이 이류, 삼류로 치부되는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학올림피아드를 예로 들면, 대표 선발전 상위 100명 중 중학생 30명을 제외하면 거의 다 서울과학고 학생"이라며 "지금 상황은 과다한 동종교배고, 전국에 28개 학교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명확한 차이점이 없고 교육도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며 "국가에서 2개 기관을 유지할 거면 명확하게 역할 차이를 두고 운영해야 다양한 수준 교육이 제공되고 목적도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정부가 영재를 기르고 발굴한다는 발상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 원장은 "초중등 교육 주무 부처는 교육부지만 우리는 영재교육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참여한다"며 "하지만 전혀 연계나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각자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최근 영재교육진흥계획을 보면 이제는 '고도 영재'라는 영재를 세분화하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10세 미만 영재를 발굴하고 교육한다거나 하는 발상은 위험하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과학기술을 살리기 위해 영재교육이 필요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기성 과학자 중 어릴 적 영재였던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길 바란다"며 "스포츠 천재들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길러진다. 왜 과학기술만 국가가 영재를 키우겠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hj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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