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경제대국 이란 빗장 풀릴까…산업계 훈풍 기대

입력 2023-08-11 19:28  

중동 경제대국 이란 빗장 풀릴까…산업계 훈풍 기대
대이란 수출 회복으로 이어지나…건설, 수요 확대 기대 속 상황 예의주시
자동차 시장 재진입 주목…정유·조선 등 원유 수입 재개 수혜 기대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한국과 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돼 온 동결 자금 문제가 4년 3개월 만에 해결되면서 국내 산업계에서는 이란과의 사업 활력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스몰딜'로 불리는 이번 동결 자금 해소가 추후 '빅딜'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로 이어진다면 그동안 제재 탓에 정체된 각종 개발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인구 9천만명인 중동 제2의 경제대국이다.

◇ 미 제재 강화에 2019년부터 교역 급감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이란의 교역 규모는 2011년 174억2천600만달러(수출 60억6천800만달러·수입 113억5천800만달러)로 1962년 수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가 강화하면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14년에는 교역 규모가 2011년의 절반 수준인 87억4천만달러(수출 41억6천200만달러·수입 45억7천800만달러)로 급감했다.
이후 2019년부터는 교역규모가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2019년 대(對)이란 수출액은 전년보다 87.7% 줄어든 2억8천200만달러, 수입액은 47.8% 줄어든 21억3천400만달러를 기록했다.
대이란 수출액은 2020년 1억8천600만달러, 2021년 1억7천700만달러, 2022년 1억9천500만달러로 집계됐다.
대이란 수입액은 2020년 860만달러, 2021년 569만달러, 2022년 1천100만달러 등으로 사실상 교역이 끊기다시피 했다.
이번 동결 자금 문제 해결에 이어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가 이뤄질 경우 제재 빗장이 풀리며 국내 기업의 이란 현지 시장 진출도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수출국의 무역 수지가 감소 추세인 한국으로선 이란과의 교역 회복이 수출 상황 반전에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 건설업계, 수요 확대 기대 속 신중론도
건설업계는 경제 제재 해제 시 이란 건설 수요 확대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현지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이다.
천연자원이 많고, 장기간의 제재로 사회간접자본(SOC)이 필요한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건설 수요가 예상되지만, 자금 사정 등의 불확실성도 존재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이란은 2010년 경제 제재 전까지 해외 건설 수주액으로 세계 전체 국가 중 5위권에 해당하는 주요 국가였다.
국내 대형 건설사 중에는 이란과 수교 후 1975년 DL이앤씨(구 대림건설)가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건설, GS건설 등이 진출해 꾸준히 가스 플랜트 공사 등에 참여했으나, 우리 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에 참여하면 잇달아 사업을 중단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란은 세계에서 천연가스가 가장 많이 매장돼 있는 등 자원 보유국이어서 제재가 해제된다면 분명히 잠재적 기회가 큰 시장이 맞다"고 말했다.
DL이앤씨의 경우 이란 현지에 여전히 지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란 진출에 대해서 건설사들은 일제히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대금을 달러로 받아야 하는데 자금이 한 번에 과연 그게 가능한지 알 수가 없다"면서 "실제로 발주가 이뤄지고 자금 상황 등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국제정세는 변수가 많다 보니 대기업들이 들어간다고 해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들어가는 중소업체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관망하는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 업계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란 관련 국제정세 및 시장과 고객사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무역결제 안정성 등을 종합 고려해 비즈니스 재개 여부에 대한 검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자동차·조선·정유 등도 활력 기대
자동차 업계도 이란 시장 재진입을 내심 바라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미국 정부가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2018년 하반기부터 이란에 대한 자동차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사업 철수 직전까지 현지 판매량은 현대차와 기아 합산 약 4만5천대 수준이다.
이란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기준 연간 약 150만대 규모로, 현지 국영기업이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해외 업체들이 30%가량의 몫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여서 비중 자체를 키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가 과거 이란 업체와 합작해 KD(부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판매하는 방식) 생산을 한 전례도 있어 제재가 풀리고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연결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과 교역이 사실상 단절된 자동차 부품업계도 이란과의 거래 정상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양국 기업 간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부품 교역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며 사후관리(AS) 부품 등 공급을 위해 제3국을 거쳐 소량의 제품을 현지로 보내는 거래 정도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중동을 중요 수출시장 중 하나로 삼는 중고차업계는 그간 차단됐던 이란 중고차 시장이 다시 열릴 가능성을 엿볼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 제재가 풀리면 이란으로 가는 중고차 수출이 크게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정상화되면 원유 도입선을 다각화할 수 있어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SK이노베이션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했으나 2019년 5월부터 수입이 금지된 상태다.
당시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입 금지 전 국내 원유 도입 물량 중 이란산 비중은 2017년 13.2%, 2018년 5.2% 수준이었다.
이란발 원유 교역량이 늘어나면 조선업계에도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최근 수주 호황을 누리는 중이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에 주력하는 추세이긴 하나, 유조선 등을 추가 수주할 여지가 생긴다는 점에서 업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역시 이란과 관련한 물동량 증가로 이익이 기대되는 업종 중 하나다.
(권혜진 임기창 김아람 이슬기 임성호 기자)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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