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난민선에도 차별…"파키스탄인은 갑판 아래로 떠밀렸다"

입력 2023-06-19 09:08   수정 2023-06-19 15:50

지중해 난민선에도 차별…"파키스탄인은 갑판 아래로 떠밀렸다"
그리스 어선 전복 참사 생존자 진술…"여성·어린이는 짐칸에 가둔 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유럽으로 가는 지중해 밀입국 선박 내에서도 국적과 성에 따른 차별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그리스 난민선 전복 참사 사건 생존자로부터 이같은 증언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4일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연안에서 발생한 밀입국선 침몰 때 살아남은 이들은 그리스 해안경비대에 이 같은 선박 내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진술서에서 파키스탄 출신들은 다른 국적자와 달리 배가 뒤집어질 때 생존 가능성이 훨씬 작은 갑판 아래층으로 밀려났다고 주장했다.
사고 선박인 낡은 저인망 어선에 탑승한 이들은 모두 700명 정도이고 생존자는 지금까지 78명으로 집계된다.
사망자나 실종자로 분류되는 탑승자 600여명 중에는 파키스탄 국적자가 두드러진다.
파키스탄 언론은 이번 사고로 최소 298명이 숨졌으며 그중에 135명이 분쟁지 카슈미르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중에는 파키스탄인 탑승자가 400명 정도라고 추산하는 곳도 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생존자 78명 중에 파키스탄인은 고작 12명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승조원들이 물을 찾거나 탈출을 시도하는 파키스탄 국적자를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사고 선박에서는 국적뿐만 아니라 성이나 연령을 들어 탑승자를 차별한 정황도 전해진다.
유출된 진술서에 따르면 남성들은 탑승자 밀도가 과도하게 높은 선박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 명목으로 짐칸에 사실상 가뒀다.

확인된 생존자 78명 중에 여성과 어린이는 한 명도 없으며 선박 침몰 때 모두 그대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중해를 건너다 숨지는 미등록 이주자들의 사인에는 선박 침몰이나 전복뿐만 아니라 선내 폭력, 질병, 열악한 항해 환경 등도 있다.
이번 사고 선박도 항해 여건이 열악해 마실 물이 바닥나면서 침몰 전에 이미 6명이 숨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북아프리카를 떠나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키프로스, 몰타 등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들어간 이들은 7만1천여명이다.
과거에는 동·서 아프리카, 중동 이민자가 주축이었으나 최근 들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집트 이민자 비중이 급증했다.
이주자 중에는 전쟁이나 정치적 박해 때문에 나중에 난민으로 법적 지위를 얻는 이들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선진국으로 떠난 이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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