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르포] ② 문화·관광도시 꿈꾸는 라싸…"외국인 자유여행은 안돼"

입력 2023-06-22 06:01  

[티베트 르포] ② 문화·관광도시 꿈꾸는 라싸…"외국인 자유여행은 안돼"
포탈라궁·조캉사원·암드록쵸 호수 등 문화 관광 자원 풍부
외국인 여행하려면 사전에 허가받아야 하고 단체 관광만 허용


(라싸[티베트]=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티베트(시짱·西藏)가 세계 최고 문화·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평균 해발고도가 4천m를 넘어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광활하고 웅장한 지형,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 찬란한 문화유산을 활용해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티베트의 성도인 라싸가 관광 전략의 핵심이다.
18일 오전 라싸 시내에 우뚝 솟아 있는 티베트 불교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포탈라궁을 찾아가니, 이른 아침부터 시계 방향으로 궁 주변을 도는 순례객들로 북적였다.
포탈라궁은 7세기 토번의 송첸 감포 왕이 라싸로 천도하면서 건축됐고, 17세기 티베트 최초로 종교와 세속권력을 함께 차지한 달라이 라마 5세에 의해 지금과 같은 규모로 확장됐다.
이후 약 250년간 역대 달라이 라마의 겨울 거처로 사용됐으며 1959년 인도로 망명한 현 달라이 라마 14세도 이곳에 머물렀다.
포탈라궁에 오르는 길은 고산증세로 인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행길이다.
하지만 대부분 관람객은 환희와 찬탄을 금치 못하며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랐다.
일부 관람객이 간이 산소통을 코에 대고 헉헉대며 계단을 오르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장엄하고 아름다운 포탈라궁이 주인 없이 침묵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가슴이 멍했다.
조캉사원 역시 포탈라궁과 함께 관광 전략의 핵심으로 꼽히는 곳이다.
조캉사원은 7세기 초 당나라 황제의 딸이던 문성공주와 송첸 감포 왕과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지은 곳이다.
이 사원은 초기 '러싸'(惹薩)라고 불렸는데, 사원 명칭이 도시의 이름인 라싸가 됐을 정도로 티베트 불교의 무대이자 불교 신도들의 영원한 성전으로 꼽힌다.
순례객들은 문성공주가 당나라에서 올 때 가져왔다는 석가모니 상 앞에서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렸다.
취재진이 찾아간 또 다른 관광지는 남쵸호수, 마나사로바 호수와 함께 티베트 3호 호수로 불리는 암드록쵸 호수다.
라싸 시내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2시간 이상 달려 도착한 암드록쵸 호수는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란 뜻에 걸맞게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는 해발 4천998m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관람객들은 고산증세와 차멀미에 시달렸지만, 코발트 빛 푸른 호수와 만년설로 뒤덮인 설산의 풍경을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카메라를 꺼내 들어 연방 셔터를 눌렀다.
파란 하늘에 수놓은 구름과 함께 연출된 호수의 모습인 이곳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하얀 구름이 만들어 낸 그림자가 파란 호수 위에 비치자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중국은 이러한 천혜의 자연경관과 찬란한 문화유산을 활용해 티베트를 세계 최고 문화·관광도시로 만들겠다며 16∼18일 제5회 티베트 관광문화 국제박람회를 개최했다.


2014년 제1회 박람회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는 매년 박람회를 열었으나, 2018년부터 격년제로 변경한 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가 지난 5년 만에 열린 것이다.
올해는 '행복하고 새로운 티베트를 마음껏 여행하고 함께 새로운 여정을 개척하자'라는 주제로 초대형 개막식, 포럼, 전시회, 투자유치 설명회, 계약식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왕쥔정 티베트 당 서기는 17일 박람회 포럼 기조 발언에서 "개방된 경제가 가장 활력이 있고, 개방된 지역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며 "티베트는 전방위적인 대내외 개방을 실시하고 국내와 국제 쌍순환을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구도에 적극적으로 융합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티베트 당국은 이번 박람회 기간 531억8천만 위안(약 954억원)의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했다며 티베트가 세계 최고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방이나 여행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게 중국 당국은 외국인의 티베트 여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이 티베트 여행을 하려면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여행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공무 비자, 외교관 비자, 취재 비자 소유자의 경우에는 사실상 여행 허가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행 허가서를 받더라도 자유여행은 할 수 없다.
외국인이 티베트를 여행하려면 여행사에 외국인 단체관광을 신청한 뒤 여행사가 제공하는 차를 타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이때 당국에 등록한 현지 가이드가 반드시 동행한다.
이 밖에 비행기와 기차가 아닌 승용차, 오토바이, 도보 등의 방식으로 티베트 경계를 넘을 수 없다는 점도 외국인 티베트 여행의 특징이다.


개방과 관광을 확대하겠다며 대형 박람회를 개최하면서도 외국인은 엄격히 통제하는 셈이다.
중국 당국은 외국인 티베트 여행 제한의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티베트 분리 독립 움직임과 관련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2008년 라싸에서 티베트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유혈시위가 발생했고, 당시 서방의 많은 나라가 시위를 지지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베트 당국 관계자에게 문화·관광 박람회를 하면서 외국인 여행을 통제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안전'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티베트가 가진 정치적 종교적 특징과 함께 외국인 여행객에 대한 안전 문제를 고려한 정책으로 알고 있다"며 "라싸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중국의 민족 정책의 성공 모델"이라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
중국인들도 외국인 여행 통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취재에 동행한 한 기자에게 외국인 티베트 여행 제한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그는 살짝 웃으며 "우리도 모순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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