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반격 와중에 무장반란 발발…모스크바까지 긴장

입력 2023-06-24 20:45   수정 2023-06-24 21:31

우크라 반격 와중에 무장반란 발발…모스크바까지 긴장
바그너, 군 수뇌부 처벌 요구하며 북진 중…러, 대테러체제 발령
푸틴, 연설 통해 강경 대응 경고했으나 프리고진, 투항 요구 일축
"향후 수시간 러시아군 충성도가 사태 결정"…우크라·서방, 사태 전개에 '촉각'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방어하던 중 자신의 심복이던 용병기업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으로 인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군부와 알력 끝에 무장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이 러시아 남부 도시를 잇달아 장악한 데 이어 모스크바로 진격을 시작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반란 진압을 명령하면서 양측이 정면 충돌하게 됐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크라이나와 서방도 사태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바그너, 러 남부서 북진 중…헬기 출동 정규군과 교전도
2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은 이날 새벽 자신과 부하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격전지 바흐무트 등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싸우던 무장한 병력이 무단으로 국경을 넘은 것은 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고대 로마의 카에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넨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는 텔레그램에 올린 음성 메시지에서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에 들어섰으며 현재까지는 어떠한 저항에도 직면하지 않았다면서 "우리의 길을 막는 누구든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끝까지 갈 준비가 됐다"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그는 "이건 군사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의 행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밤 러시아군이 바그너 그룹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해 자신의 부대원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 같은 행동에 나섰다.
우크라이나에서 로스토프로 진입한 바그너 그룹은 이날 오전에는 로스토프의 주도 로스토프나노두의 군 사령부를 비롯한 전체 군 시설을 접수했다.
프리고진은 이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오지 않으면 로스토프나도누를 봉쇄하고 모스크바로 진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의 행동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체포령을 내렸으며, 연방보안국(FSB)이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모스크바와 보로네시에 대테러 작전 체제를 발령했다.
모스크바 거리에는 장갑차가 등장했고, 지역의 모든 주요 시설과 정부 및 교통 시설의 보안 조처도 강화됐다. 모스크바 강을 가로지르는 선박 운항도 일시 중단됐다.
그러나 바그너 그룹은 진격을 멈추지 않았고, 이날 낮에는 로스토프나노두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중간 지점으로서 모스크바 남쪽 500㎞ 거리에 있는 보로네시에 진입하기에 이르렀다. 보로네시 지역 당국은 군이 대테러 작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이 과정에서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정규군 헬리콥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으며, 보로네시 외곽 고속도로에서 러시아군 헬리콥터가 바그너 그룹 군용차량을 공격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지만 양측의 교전 상황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 푸틴 "반역에 가혹한 대응" 프리고진 "우리는 애국자, 아무도 투항안해"
푸틴 대통령은 직접 대국민 연설에 나서 사태를 반역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선포했다.
그는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반역에 직면했다"며 "우리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다. 반역 가담자는 처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주도한 프리고진을 겨냥해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과도한 야망과 사욕이 반역이자 조국과 국민에 대한 배반으로 이어졌다"며 "조국과 국민이야말로 바그너 그룹의 군인들과 지휘관들이 우리 군과 나란히 싸우고 죽어간 목표"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 바그너 그룹 내부를 향해 이번 사태 가담을 중단하고 투항할 것을 종용했다.
푸틴 대통령은 "속임수나 위협으로 인해 범죄적 모험에 휘말리고 무장반란이라는 중대 범죄의 길로 내몰린 이들에게도 호소한다"며 "이 범죄에 휘말린 이들은 치명적이고 비극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옳은 선택을 내려 범죄 행위 가담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연설 직후 프리고진은 푸틴이 착각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투항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대통령이 반역과 관련해서 깊이 착각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반역자가 아니라 애국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는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며 "아무도 대통령이나 연방보안국(FSB) 등 비슷한 어떤 이들의 요구에 따라 투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 당국이 과거 바그너 그룹이 전투를 벌였던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금을 횡령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도 탄약 공급을 중단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국이 더 이상 부패와 거짓말, 관료주의와 함께 살기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 "근래 러시아 최대 위기"…바이든도 브리핑 청취
러시아에 대한 반격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도 러시아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이날 일일 정보 업데이트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근래 들어 러시아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국방정보국은 "더 많은 바그너 부대가 (러시아의) 보로네시주를 통해 북진하고 있으며, 거의 확실하게 모스크바로 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몇 시간 동안 러시아의 보안군, 특히 러시아 국가방위군의 충성도가 현재의 위기 사태 진행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국가안보회의(NSC)로부터 현 상황과 관련한 브리핑을 받았다.
애덤 호지 미 백악관 NSC 대변인은 전날 "우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진행 상황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상황이 전개되는 데 따라 동맹들과 접촉을 하고 있으며, 몇몇 동맹국들과 오늘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 각국은 이번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잇달아 표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사아의 취약점은 자명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주둔이 더 길어질수록 러시아에 더 많은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가 군대와 용병을 우리 땅에 더 오래 둘수록, 러시아엔 더 많은 혼란과 고통,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트위터에 "엘리트들 사이의 분열이 너무 명백해 모든 것이 해결된 양 가장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며 "프리고진 또는 반(反)프리고진 집단 중 누군가는 반드시 패배한다"고 적었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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