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미실현이익 과세' 논란 재건축 부담금, 여의도에 쏠린 눈

입력 2023-06-29 06:01  

[서미숙의 집수다] '미실현이익 과세' 논란 재건축 부담금, 여의도에 쏠린 눈
초과이익환수제 개편 추진에 2년째 부과 중단…"조합 해산도 못해"
"입주 때보다 수억 떨어졌는데 부담금은 오른 가격에 부과" 불만도
개시·종료시점 집값 따라 달라지는 '복불복' 세금…부담금 줄일 '꼼수' 나올수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 "입주하고 아파트값은 수억원이 내렸는데 세금(재건축 부담금)은 오른 가격으로 부과한다니 말이 됩니까. 지금 집을 판 조합원은 입주 전에 판 사람보다 손해를 본 격인데 부담금은 똑같다니요."
# "입주한 지 2년이 다 됐는데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 안돼 조합 해산을 못하고 있어요. 조합원들은 집을 팔고 떠나고 있는데 얼마나 부과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합니다."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앞둔 조합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감면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 단지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제도 개선을 이유로 부담금 부과를 중단한 채 법 개정이 지연되는 사이 집값이 떨어져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논란은 더 커지고, 부담금 부과 지연으로 조합 해산까지 방해받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조합들은 매주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며 "정부안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되지만, 그마저도 법 개정 지연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과 조합 해산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빠른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여의도에 전국의 재건축 조합의 눈이 쏠려 있다.



◇ 13년만에 부활한 재건축 부담금…법 통과돼야 감면 혜택
재건축 부담금은 사업 기간(추진위 승인∼준공시점) 오른 집값(공시가격 기준)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3천만원을 넘을 경우 10∼50%까지 세금으로 걷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도입된 이 제도는 부동산 침체기 때 두 차례의 시행 유예를 거쳐 문재인 정부 들어 부활해 13년 만인 2018년부터 대상 단지들에 부담금 예정액 통지가 시작됐다.
그러나 집값 상승으로 서울은 물론 수도권, 지방에까지 최고 수억원의 예정액이 통보되자 과도한 재건축 부담금을 줄이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는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토대로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내놨다.
개선안의 골자는 재건축 부담금 면제 대상을 현행 3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담금을 매기는 초과이익 기준 구간을 2천만원에서 7천만원 단위로 넓혀 부담금을 줄이는 것이다.
또 초과이익 산정 개시 시점을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추고, 장기 보유 1주택자에 대해서는 주택 보유 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10∼50% 감면해주는 안 등을 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관리처분인가 시점에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조합은 전국적으로 93개 단지, 4만2천가구에 달한다.
지금까지 제도 도입 후 부과된 부담금은 5개 단지, 25억원에 그친다. 그러나 앞으로는 부담금이 '폭탄'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은 지난해 관리처분 당시 구청으로부터 인당 7억7천만원의 역대 최고 수준의 예정액을 통보받았다.
또 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는 비강남권의 173가구짜리 소규모 단지인데도 인당 5억원, 수원 영통2구역 재건축 단지는 수도권임에도 가구당 2억9천500만원의 예정액이 통보됐는데, 관리처분 이후 집값이 크게 올라 최종 부과액은 이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일단 '합리화 방안'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지방과 수도권의 1주택자의 재건축 부담금은 종전보다 크게 줄어들고, 예정액 통보 단지 중 41곳은 부담금이 완전히 면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강남 등 서울 요지의 재건축 단지는 정부의 감면안에 따라 부담금 일부가 줄어든다 해도 여전히 억대의 부담금이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강남구 압구정 현대, 용산구 한강맨션 등 서울 요지의 단지들은 입주 시점의 집값에 따라 10억원대 부담금 부과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J&K 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기존 계산법으로 부담금이 조합원당 7천만원인 경우 정부 수정안에 따라 아예 면제 대상이 되고, 10년 이상 장기보유 1주택자에 한해서는 최대 50%를 감면해주니 전반적인 재건축 단지의 체감 부담액은 꽤 줄어든다"며 "반면 개발이익이 큰 곳이나 2주택 이상 보유자는 감면 혜택이 없어 재건축 추진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집값 떨어졌는데 부담금은 오른 가격에?"…시장 혼란
제도개선 추진으로 부담금 부과가 중단된 사이 일부 재건축 조합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 부담금이 개시시점(법 개정후 조합설립인가)과 종료시점(준공)의 집값에 따라 같은 지역, 같은 용적률에서도 개발이익이 다르게 산출되는 '복불복' 세금인 데다, 미실현 이익에 과세되면서 집값이 하락하니 불만이 커지는 것이다.
강남의 첫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부과 단지인 서초구 반포 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입주해 다음 달이면 입주 2년이 되는데 아직까지 부담금 부과를 못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입주 당시인 2년 전보다 시세가 3억∼4억원가량 하락해 현재 23억∼24억원 선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2년 전 부담금 추정액이 3억원 선이었는데 정부 감면안을 적용해도 조합원당 1억원이 넘는 부담금이 나올 것으로 추산된다"며 "우리 단지는 사실상 1대 1 재건축이나 다름없어 조합원들이 인당 3억원의 추가분담금을 내고 재건축을 했는데, 또 억대의 세금을 내라고 하니 다들 힘겨워한다"고 말했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으로 생긴 이득은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로 납부하는데, 부담금을 또 내라니 '이중 세금'으로 보는 조합원이 많다"며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입주가 시작된 대구 대명동 대명역센트럴엘리프(대명역골안 단독주택 재건축)는 2019년 관리처분 당시 조합원당 1천300만원 정도의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았으나 조합이 작년 시세 기준으로 추정한 금액은 인당 3천만원으로 2배가 넘는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의 다수가 나이 든 어르신이어서 미실현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며 "정부 합리화 방안대로 통과되면 감면 폭이 커 부담금이 안나올 수도 있지만, 법 통과가 늦어지니까 조합원들도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들 단지는 준공 1년이 임박하거나 넘어가면서 조합 해산 문제에도 봉착해 있다.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조합은 준공 후 1년 이내에 해산 총회를 해야 하는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재초환 부담금 부과 문제로 조합 해산을 만류하는 실정이다.
부담금 1차 부과 주체가 조합인데 조합이 해산하면 조합원 개개인에게 부담금을 부과해야 해 지자체의 일이 커지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 서해그랑블(옛 연희빌라) 조합 관계자는 "작년 8월에 입주해 올해 8월이면 준공 1년이 된다"며 "구청은 반대하지만 일단 조합원들 요구가 심해 8월에 조합 해산하겠다고 (구청에) 통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임대사업자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 1주택과 임대사업으로 빌라 1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임대사업자 이모 씨는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주택은 의무임대기간 8∼10년 동안 공정 의무를 수행해야 하며 매도할 수도 없는데 부담금 감면을 받기 위해 어떻게 1주택자가 되란 말이냐"며 "등록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은 주택 수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내달 국토위서 감면안 재논의…국회에 향배 달려
국회에서는 재건축 부담금 감면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정재 의원(국민의힘)은 정부 합리화 방안을 토대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7개월이 넘어가도록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크게는 부담금 감면액과 부과구간 상향에서 여야 의견이 엇갈린다. 국회는 다음 달로 예정된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토위 의원들 손에 부담금의 운명이 달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질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입주 시점 집값에 따라 부담금이 달라지는 '복불복' 세금을 만들 게 아니라, 재건축 용적률 인센티브에 대한 개발이익을 사전에 평가해 사업 초기에 토지 또는 공공시설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건설 등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했다면 조세 저항을 줄이고 사업의 예측성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장기 1주택자라고 해서 부담금을 깎아줘야 할 고민도 필요 없었다.
현재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은 막대한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동원할 태세다.
60층 이상 초고층으로 설계변경을 하거나 고가 마감재로 치장해 공사비를 높이고, 평형을 넓혀 일반분양 수입 없이 1대 1 재건축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비 증가와 수입 감소로 추가 분담금이 늘더라도 재건축 세금을 내는 것보다는 '단지 고급화'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담금을 줄이려면 집값 급등기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준공 시점에 집값이 떨어지길 빌어야 한다는 우스갯말이 나올 정도"라며 "진정한 개발이익을 산출해 공공의 수익으로 거둬들이는 게 아니라 집값 변동에 따라 부담금을 매기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미 과도한 개발이익이 발생한 강남 저층 재건축 단지는 부담금을 다 피해 갔다"며 "재건축 부담금이 진정한 개발이익 환수인지, 강남 집값 안정이라는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를 달성했는지, 도심 주택공급 억제 효과만 가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큰 틀에서 논의가 필요했는데 부담금 요율과 같은 찻잔 속에서 헤매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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