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영광' 화순탄광 30일 폐광…118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입력 2023-06-29 11:30  

'산업화 영광' 화순탄광 30일 폐광…118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과거 '국민연료' 연탄 수급안정·지역경제 견인
'광부의 아들' 강경성 산업차관 "명예로운 퇴장"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일제강점기부터 본격적인 채굴을 시작해 대한민국 산업화 시대의 영광을 이끌었던 대한석탄공사 전남 화순탄광이 11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남 화순군 동면 복암리 일대에 자리한 화순탄광이 오는 30일 폐광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화순탄광은 1905년 한국인 박현경이 광업권을 등록해 문을 열었다. 이후 1934년 이 광업권을 매입한 일본인이 탄광으로 개발하며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했다.
지난 118년 동안 우리나라 남부권의 최대 석탄 생산지로서 과거 '국민 연료'였던 연탄의 수급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석유파동,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 등 에너지 위기 때마다 화순탄광은 연탄용 석탄을 증산해 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석탄산업은 우리나라 산림녹화에도 기여했다.
6·25 전쟁 이후 나무 땔감 사용으로 전국 산림이 황폐해졌지만, 연탄보일러와 연탄 사용이 확대하면서 1970년대 말에는 산림이 크게 회복됐다.



하지만 에너지원과 산업구조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갱도가 계속 깊어지고 생산설비가 노후화하면서 근로자의 안전사고 가능성도 커졌다.
연탄 수요 감소로 석탄 생산원가가 급증한 점도 매년 대한석탄공사의 누적 부채 규모와 정부 재정 소요를 악화시켰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탄광 안전사고와 정부 재정 소요 등 문제로 노사정 간담회를 거쳐 대한석탄공사가 소유한 전남 화순탄광, 태백 장성탄광, 삼척 도계탄광 등 3개 탄광을 조기 폐광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협의 끝에 지난 2월 대한석탄공사 사측과 노조 측은 올해 2023년 화순탄광, 2024년 장성탄광, 2025년 도계탄광 순으로 폐광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산업부는 조기 폐광을 통해 탄광의 안전사고가 근절되고 약 1조원의 국가 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전망한다.



화순탄광 폐광을 앞두고 석탄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헌신해온 광부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폐광 후 석탄 대체 산업의 육성과 지원을 당부했다.
화순탄광 손병진 노조지부장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인생 전부를 바친 화순광업소가 영원히 기억되기를 기원한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광부들의 노고에 보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석탄협회 성유경 회장은 "광부들의 애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더라도 석탄산업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외자원개발 사업 및 타 광업 등에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부 강경성 2차관은 "화순탄광이 우리나라 경제개발연대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큰 역할을 마치고 명예롭고 아름답게 퇴장했다"며 "정부는 산업 발전의 원동력과 버팀목이 되어온 화순탄광 근로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경북 문경 출신인 강 차관은 부친이 문경 은성탄광에서 일한 '광부의 아들'로 알려져 있다.
강 차관은 "조기 폐광 지역에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게 신속하게 광해 방지 사업을 시행하고, 지역경제가 침체하지 않도록 석탄 대체 산업을 발굴·육성하는 등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wi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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