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경찰 인종차별 규탄시위 속 방화·약탈 기승…대형행사 취소(종합)

입력 2023-07-01 02:15   수정 2023-07-03 18:22

佛, 경찰 인종차별 규탄시위 속 방화·약탈 기승…대형행사 취소(종합)
수도권, 오후 9시부터 버스·트램 운행 중단…전역으로 확대할 듯
알제리계 소년, 교통 검문 중 경찰 총에 사망…나흘째 시위 격화
EU 정상회의 참석 중 급거 귀국한 마크롱 "부모들이 아이들 단속해야"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경찰이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10대 운전자에게 총을 쏴 숨지게 만든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시위가 점점 격화하고 있다.
나엘이라는 이름만 알려진 17세 소년을 숨지게 한 경찰관뿐만 아니라 경찰의 인종차별적 관행을 싸잡아 비판하는 시위는 낭테르를 넘어 마르세유, 리옹, 포, 툴루즈, 릴 등 프랑스 전역으로 번졌다.
알제리계 출신으로 알려진 나엘 군은 지난 27일 오전 교통 법규 위반으로 차를 멈춰 세운 경찰을 피해 달아나려다 경찰관이 쏜 총에 맞고 숨졌고, 그날부터 나흘 연속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내무부는 30일(현지시간) 경찰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프랑스 전역에서 875명을 체포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군경찰 249명이 비교적 가볍게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부 포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서를 향해 화염병을 던졌고, 북부 릴에서는 초등학교와 구청이 불에 탔으며, 다른 수많은 도시에서도 밤새 폭죽이 터지고 길거리에 세워놓은 자동차 등에 방화가 이어졌다.



파리 샤틀레레알에 있는 나이키 매장,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애플 매장 등이 밤사이 약탈을 당했고, 전국에 있는 대형 식료품 가게 카지노에서도 물건을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파리 북부 외곽 오베르빌리에에 있는 버스 차고지도 공격받았다. 버스 십여대가 불에 타면서 심각하게 훼손됐고, 이로 인해 파리를 관통하는 대중교통 운영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북부 루앙에서는 전날 밤 폭도들의 공격을 받은 슈퍼마켓 건물에서 추락한 젊은 남성이 숨졌다고 BFM 방송이 현지 검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부는 전날 파리에 5천명을 포함해 프랑스 전국에 4만명의 경찰과 군경찰을 배치했지만, 건물 492채가 훼손되고, 자동차 2천 대가 불에 타고, 화재가 3천880건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일드프랑스 광역주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을 오가는 버스와 트램 운행을 오후 9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싶다며 지방 당국에 협조를 구했다.
총리실은 시위가 격화한 지역에 잡혀있는 대형 행사를 취소한다고 AFP 통신에 밝혔다. 스타드드프랑스에서 열리는 가수 밀렌 파르메르의 콘서트, 엉기엉레방에서 개최하는 재즈 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됐다.
파리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남부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를 금지했고, 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에는 문을 일찍 닫을 것을 권했다. 또 오후 7시부터는 대중교통을 운행하지 않기로 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위해 전날부터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렀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 대책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공식 일정이 끝나기 전에 파리로 돌아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송으로 중계한 국무회의 발언에서 전날 밤 경찰에 체포된 사람 중 3분의 1은 나이가 어렸고, 심지어 아주 어린 아이도 있었다며 부모들이 아이들을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청소년들이 틱톡, 스냅챗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영상을 보고 폭력을 모방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도록 민감한 영상을 삭제할 수 있도록 관련 업체들과 협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파 공화당과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을 중심으로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단계에서는 이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엘 군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조사받는 경찰관(38)은 운전자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으며, 고인과 유족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그의 변호인이 BFM 방송과 인터뷰에서 전했다.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기약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프랑스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관들은 자국민에 안전 유의를 당부했고, 유엔은 폭력 사태를 우려하며 법 집행 과정에서 인종차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서 "특히 밤늦은 시간에 상업·공공 시설 기물 파손 및 차량 방화 등 심각한 수준의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심야 시간에 외출을 삼가는 등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관도 트위터에 파리와 그 주변 지역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경찰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상황이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으니 피할 것을 조언하는 글을 올렸다.
영국 외무부는 프랑스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 "6월 27일부터 프랑스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장소와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며 "폭동이 일어나는 장소를 피할 수 있도록 언론을 모니터링하라"고 권고했다.
라비마 샴다사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은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프랑스 경찰에 의해 북아프리카계 17세 소년이 숨진 사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샴다사니 대변인은 프랑스 사법당국이 경찰관을 조사 중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지금은 국가가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종주의와 차별이라는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야 할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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